아이맥스ㆍ돌비 잡아라… 한국 영화 빅4 “여름 흥행 승부처는 특별관”
아이맥스 등 선정 과정 까다로워
"코로나 이후 매출 더 는 블루 오션"
지난달 26일 개봉한 영화 ‘밀수’는 네 가지 방식으로 상영되고 있다. 일반 2D 상영을 비롯해 아이맥스와 4DX, 스크린X로도 볼 수 있다. ‘밀수’뿐 아니다. ‘더 문’은 아이맥스와 4DX 이외 돌비 시네마와 돌비 애트모스로도 접할 수 있다. ‘비공식작전’(2일)은 돌비 애트모스로 즐길 수 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9일 개봉)는 아이맥스와 4DX로도 상영한다.
극장가 최대 대목인 여름 시장에서 특별관이 승부처로 떠오르고 있다. 제작비 200억 원 안팎을 들여 여름 빅4로 꼽히는 한국 영화 대작들이 다양한 상영 방식으로 흥행 혈전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 영화들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특별관에서 경쟁하는 것은 전례가 없다.
엔데믹 시대 새 시장 개척 노려
특별관의 대표 주자는 아이맥스다. 캐나다 아이맥스사가 개발한 고화질 대형 스크린 상영 방식이다. 4DX는 영화 내용에 따라 좌석이 움직이거나 바람이 부는 등 체험형 관람을 제공한다. 스크린X는 정면 스크린 이외 왼쪽과 오른쪽으로 화면이 확장돼 펼쳐진다. 돌비 시네마는 명암 대비가 뚜렷한 고화질에 돌비 애트모스 고음질을 지원한다. 아이맥스와 4DX, 스크린X는 멀티플렉스 체인 CGV에서, 돌비 시네마는 메가박스에서 각각 이용할 수 있다.
코로나19 이전 특별관, 특히 아이맥스는 할리우드 영화가 흥행 기선 제압용으로 활용하고는 했다. 특별관 관람을 선호하는 관객들은 조기 예매를 하는 경향이 강한데, 이를 이용해 상영 초기 관객이 몰리는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었다. 한국 영화들은 특별관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낮았다. 상영 포맷 변환 등 들이는 노력에 비해 큰 효과가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코로나19로 상황이 달라졌다. 영화 관람료가 상승하고 극장 가는 일이 연례행사처럼 뜸해지면서 관객들의 관람 유형에 변화가 생겼다. 관객들은 ‘이왕 한 번 볼 거 제대로 보자’는 마음에 특별관 상영 영화에 지갑을 더 쉽게 열고 있다(특별관은 일반 상영관보다 관람료가 1,000~2,000원가량 비싸다). ‘듄’(2021)이 아이맥스 상영을 발판으로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탑건: 매버릭’과 ‘아바타: 물의 길’(2022)이 특별관에서 인기를 끌면서 한국 영화사들의 시각이 바뀌었다. ‘밀수’ 투자배급사 NEW의 류상헌 유통전략팀장은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더 늘어난 특별관에 한국 영화 상영은 거의 없어 블루 오션으로 판단했다”며 “‘밀수’는 바다 배경 액션 장면이 많아 특별관에서 볼 만하다는 인식이 더 있으리라 여겼다”고 말했다.
관객 반응은 아직 미지근
모든 영화의 특별관 상영이 가능하지는 않다. 아이맥스와 돌비 시네마는 내부 선정 과정을 거쳐 상영작을 고른다. ‘밀수’의 경우 지난 4월 초 아이맥스 본사 관계자들이 내한해 영화를 본 후 상영이 결정됐다. 아이맥스 최종 상영본이 완성된 건 지난달 중순이다. ‘더 문’은 돌비 시네마 상영본 작업을 위해 미국 돌비 본사에 파일을 보내는 데만 꼬박 이틀이 걸렸다. 달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다 보니 컴퓨터그래픽 관련 파일 용량이 컸기 때문이다.
한국 영화 특별관 상영에 대한 관객 반응은 아직 미지근하다. 지난 5월 개봉해 관객 1,068만 명을 동원한 ‘범죄도시3’는 아이맥스 상영으로 눈길을 끌었으나 정작 관객은 많지 않았다. 아이맥스 관객이 0.7%에 불과했다. ‘밀수’의 특별관 관객 비중은 5.2%(1일 기준 영화진흥위원회 집계)로 그나마 좀 낫다. 바다 장면이 두드러지게 보이는 스크린X 비중(2.2%)이 가장 큰 점이 눈에 띈다. ‘아바타: 물의 길’은 특별관 관객 비중이 20.6%였다. 아이맥스가 전체 매출의 14.5%를 차지하기도 했다. 황재현 CGV 전략 담당은 “관객들이 아직 한국 영화를 특별관에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약한 듯하다”면서도 “한국 영화가 특별관에서 다양한 상영을 시도한 것만으로도 일단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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