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시급+10원' 반값 노동… '가사관리사'라 불린다고 일할까

최나실 2023. 8. 3. 04:3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정부가 저출산 해결을 위해 외국인 가사 인력 도입을 추진 중인 가운데, 노동 현장과 전문가 집단에서는 '반값 노동으로 평가절하된 내국인 가사·돌봄 직종 처우 개선부터 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가사·돌봄 인력이 부족한 것은 애초 질 좋은 일자리가 아니었기 때문"이라며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가사근로자법을 시행한 지 1년밖에 안 된 만큼 향후 5년 정도는 일자리 개선에 노력하고, 그래도 인력 유입이 없다면 외국 인력 도입을 고민하는 게 순서일 것"이라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돌봄·가사 종사자 줄어드니 외국인 도입?
국내 아이 돌봄 시급, 타 직군 대비 53.8%
"가사·돌봄 일자리 질 개선부터 이뤄져야"
한국여성노동자회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로열호텔에서 고용노동부 주최로 열린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시범 사업 관련 공청회를 찾아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윤서영 인턴기자
"(정부가 정한) 아이돌보미 기본시급이 9,630원이에요. 올해 최저시급에 10원 더 얹어주는 거죠. 저희들끼리 '10원은 과자 값이라고 주는 건가?' 그런 농담해요."
10년 차 아이돌보미 백영숙씨
"가사노동이 앱이나 직업소개소에서 보통 시급 1만2,000~1만5,000원인데 퇴직금, 연차·주휴수당, 식대 따로 없고, 산재·고용보험 없고, 10년 일해도 똑같은 돈 받는 걸 생각하면 사실상 최저임금도 못 받는 셈이죠."
최영미 가사돌봄유니온 위원장

정부가 저출산 해결을 위해 외국인 가사 인력 도입을 추진 중인 가운데, 노동 현장과 전문가 집단에서는 '반값 노동으로 평가절하된 내국인 가사·돌봄 직종 처우 개선부터 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저임금 등 열악한 노동 조건이 종사자가 줄어드는 근본 원인이라는 판단에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31일 '외국인 가사인력 시범사업'을 공식화하면서, 외국 인력 도입이 필요한 핵심적 이유로 줄곧 하락세인 가사·육아도우미 취업자 수(2019년 15만 명→2022년 11만 명)를 들었다. 국내 종사자의 고령화 등으로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고 있다는 것.

그러나 같은 날 열린 공청회에서는 "국내 가사노동자가 좋은 일자리에서 일할 수 있게 해야 일할 사람도 는다"(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외국 인력 도입이 중장년 여성 일자리를 빼앗고, 돌봄 질 저하로도 이어질까 걱정된다"(워킹맘 김고은씨)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고용부도 이튿날 보도자료를 내고 "내국인 가사인력 처우 개선을 위해 가사근로자법상 인증기관 제도 활성화 등도 지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6월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YWCA연합회 관계자 등이 2023 국제가사노동자의날 기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국내 가사·돌봄 직종은 저임금·불안정 일자리라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돌봄 일자리 특성과 임금수준에 관한 국제비교 연구'(2022)에 따르면 국내 영유아 돌봄직은 다른 나라(일본·프랑스 등 7개국)보다 비정규직도 많고, 임금 수준도 낮았다. 비정규직 비율은 72.1%로 8개국 전체 평균(29.2%)의 2.5배였다. 시간당 임금 역시 한국의 영유아 돌봄직은 비(非)돌봄 직종에 비해 46.2% 낮아, 8개국 중 임금 격차가 가장 심했다. 그다음이 일본(-21.2%) 영국(-18.2%) 등이고, 덴마크(-9.1%) 네덜란드(-8.4%)는 격차가 적었다. 한국만 '반값 돌봄'인 셈이다.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가사·돌봄 인력이 부족한 것은 애초 질 좋은 일자리가 아니었기 때문"이라며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가사근로자법을 시행한 지 1년밖에 안 된 만큼 향후 5년 정도는 일자리 개선에 노력하고, 그래도 인력 유입이 없다면 외국 인력 도입을 고민하는 게 순서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 상황에서 도입하면 '바닥으로의 경쟁', 전반적인 돌봄 노동 가치 하락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용부는 2일 현장 종사자와 대국민 조사를 통해 가사근로자의 새 명칭으로 '가사관리사'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아줌마' '이모님'이라는 호칭 대신 직업 전문성을 존중하자는 취지다. 최영미 가사돌봄유니온 위원장은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라면서도 "가사근로자를 고용하는 정부 인증기관이 더 확대돼서 일하다 다쳐도 산재요양 받고, 퇴직금도 받는 등 근로자로서 권리가 확보돼야 일하려는 사람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