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바이오 수혈의 계절…주주는 피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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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헬스케어 기업 클리노믹스는 지난 5월 19일 주주배정 유상증자(유증)를 결정했다.
최근 주주배정 유증을 추진하는 바이오가 많은 배경이다.
실제 현재 딥노이드, 엘앤케이바이오, 셀리드, CJ 바이오사이언스, 피씨엘, 에스씨엠생명과학, 노을, 피플바이오 등이 주주배정 유증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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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바이오 헬스케어 기업 클리노믹스는 지난 5월 19일 주주배정 유상증자(유증)를 결정했다. 전체 상장주식수의 56%에 달하는 신주를 발행하는 대규모 증자다. 주주는 패닉에 빠졌다. 올해 들어 주가가 다소 반등하던 상황이라 증자 소식에 주주들 속은 새카매졌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유증 결정 이후 클리노믹스 주가는 거의 반토막 났다. 유증 발행가액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주가가 급락하자 자금조달 규모 역시 쪼그라들었다. 조달자금은 처음 예상한 446억원에서 276억원으로 줄었다.
클리노믹스는 원래 조달자금 446억원 중 300억원을 채무상환에 사용하고 남은 자금을 설비투자와 암 조기진단 사업 등에 쓸 계획이었다. 하지만 조달자금이 줄면서 계획은 어긋났다. 276억원은 1회차 전환사채(CB) 잔액(281억원)보다 적다. 즉 설비투자와 운영자금은커녕 빚도 다 갚지 못할 돈이다. 주주들은 청약에 참여할지 말지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비단 클리노믹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지금 바이오 업계에선 운영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애를 먹는 기업이 한둘이 아니다. 바이오 기업의 시장가치가 워낙 떨어진 데다 투자 수요가 살아나지 않아 외부에서 돈을 구하기 쉽지 않다. 신약을 개발한다는 이유로 현금흐름을 창출하지 못하고 적자만 지속하는 바이오의 경우 기업의 영속성도 담보하기 어렵다.
최근 주주배정 유증을 추진하는 바이오가 많은 배경이다. 벤처캐피탈(VC) 등 기관투자자나 특정 제3자로부터 투자를 유치하지 못하고 기존 주주에 손을 벌리는 셈이다. 살기 위한 수혈이다.
실제 현재 딥노이드, 엘앤케이바이오, 셀리드, CJ 바이오사이언스, 피씨엘, 에스씨엠생명과학, 노을, 피플바이오 등이 주주배정 유증을 진행하고 있다. 유증을 결정한 여러 바이오의 주가가 급락했고 주주들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바이오 주주의 보유지분 가치는 민망할 정도로 떨어졌는데 울며 겨자먹기로 돈을 더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바이오 기업의 잇따른 주주배정 유증과 이에 따른 주가 하락이 또 한 번 바이오의 신뢰를 갉아먹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많은 바이오가 2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 시장가치 하락으로 자금조달 환경이 악화하며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다. 이제 좀 살아날 때가 왔나 싶은데 바이오 유증 릴레이가 발목을 잡을까 걱정이다.
또 모든 바이오는 아니겠지만 유증을 결정한 이유와 배경, 향후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전략 등에 대해 시장과 성실하게 소통하는 자세가 눈에 띄지 않는 점도 아쉽다.
지금도 많은 바이오가 당장 올해와 내년 기업을 운영할 자금이 부족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앞으로도 유증으로 자금을 수혈할 바이오가 계속 나올 가능성이 크다.
최근 코스닥지수는 900을 훌쩍 넘어 고공행진하고 있다. 바이오 주주의 박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주주의 아픔을 동반한 바이오의 대규모 유증 행렬이 본질적인 경쟁력의 강화로 이어지길 바란다. 수혈받은 자금을 법인이나 경영진의 생명 연장 목적으로 소진해선 안 된다. 주주의 쌈짓돈을 모은 유증 이후 성적표가 어떨지 모두가 지켜볼 것이다.
김도윤 기자 justic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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