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간첩 피고인 재판 지연 구속기간서 제외, 검토할 만하다
구속된 피고인들이 국민참여재판 신청 등 절차적인 문제로 재판을 지연시키는 경우 이를 구속 기간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찰이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현행법은 심급별로 6개월인 구속 기간 내에 재판을 마치지 못하면 구속 피고인을 풀어주게 돼 있다. 이를 이용해 최근 간첩 사건 피고인들이 온갖 시간 끌기 작전으로 재판을 지연시키거나 구속 기간 만료로 줄줄이 풀려나는 일이 계속되자 검찰이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법에 구속 재판 시한을 둔 것은 구속이 장기화돼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막고 피고인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 간첩 사건 재판은 그 법 제도를 이용해 사법 시스템을 농락하고 무력화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올해 기소된 창원의 ‘자주통일민중전위’, 제주의 ‘ㅎㄱㅎ’ ‘민노총 간첩단’ 사건은 피고인들이 줄줄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면서 본안 재판은 시작도 못 했다. 특히 지난 3월 기소된 창원의 ‘자주통일민중전위’ 사건 피고인들은 1심 법원이 국민참여재판을 불허했는데도 항고, 재항고를 계속했다. 이들은 한 달쯤 뒤면 재판 한번 받지 않고 풀려날 판이다.
북한 지령을 받고 지하조직을 꾸린 혐의로 2021년 9월 기소된 ‘충북동지회’ 사건은 피고인들이 법관 기피 신청, 위헌 심판 신청 등 온갖 지연책을 동원하는 바람에 아직도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사이 피고인들은 구속 기간 만료와 보석 등으로 다 석방됐다. 문제는 법원이 이들의 재판 지연 전략에 속수무책으로 끌려다니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간첩이라도 법적 권리는 갖고 있지만 의도가 뻔히 보이는 이런 재판 시스템 농락까지 용인할 수는 없다. 간첩 사건을 재판도 제대로 못 하고 피고인들을 풀어주면 증거를 인멸하고 간첩 활동을 재개하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어떤 형태로든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검찰은 피고인이나 변호인 신청으로 공판 절차가 정지된 기간은 구속 기간에 포함하지 않는 것을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도 법관 기피 신청, 피고인 질병 등으로 공판 절차가 정지되면 구속 기간에 포함하지 않는다. 여기에 국민참여재판 신청, 위헌 심판 신청 등으로 재판을 지연시키는 경우도 포함 시키겠다는 것이다. 구속 기간 자체를 늘리지 않는 것이어서 불구속 재판 원칙에서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법무부가 나서 입법을 추진하고, 야당도 국가 안보를 위해 협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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