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국 정상 성명에 “한·일 공격받으면 서로 협의” 요구

김은중 기자 2023. 8. 3.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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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보도… 18일 회담서 쟁점될 듯
한국과 미국, 일본의 잠수함 지휘관이 전술핵탄두를 탑재하는 미국의 전략핵잠수함(SSBN)에 지난 4월 최초로 함께 올라탄 모습. 왼쪽에서 둘째부터 한국 해군 잠수함사령관 이수열 소장, 일본 해상자위대 잠수함함대사령관 다와라 다테키 중장, 미 7잠수함전단장 릭 시프 준장./미 국방부

이달 18일(현지 시각)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발표할 공동성명에 ‘한국과 일본이 각자 공격받을 경우 상대국과 협의할 의무(duty to consult)를 갖는다’는 문구를 넣는 방안을 미국이 원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1일 보도했다. 한일 정상을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 부르며 특별 배려한 미국이 북한 핵·미사일 대응을 위한 군사 협력을 넘어 ‘한·미·일 안보 공동체’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일 간 안보 협력을 어느 수준까지 하느냐가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이자 쟁점이 될 전망이다.

FT는 이날 4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한일은 일본의 식민 지배로 인한 불안정한 관계의 역사를 갖고 있지만, 백악관(미국)은 북한·중국에 대한 억지력 구축 차원에서 두 태평양 동맹국을 더 가깝게 묶으려 한다”며 이같이 전했다. 또 “한일이 ‘공동의 취약점(mutual vulnerabilities)을 갖고 있다’고 명시하는 것도 백악관이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고 한다. 한·미·일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정상 간 핫라인을 구축하고 대잠수함·해상 차단 같은 합동 군사훈련 확대, 미사일 방어와 사이버·경제 안보 분야 협력 강화 방안 등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이번 공동성명이 공식적인 집단방위조약에 해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외교 소식통은 “선언적 문구에 불과해도 ‘상대국의 안보 위협을 자국의 안보 위협으로 인식한다’는 뜻이고 한일의 군사 동맹으로 볼 수 있는 측면도 있어 논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한미는 1953년 상호방위조약을 맺어 유사시 미군의 개입을 보장하고 있고, 미·일 간에도 1952년 체결된 안전보장조약이 있어 “일본이 무력 공격을 받았을 때 양국이 공동 대처한다”고 돼 있다. 반면 한일 사이에는 유사시 상호 방위를 보장하는 협정이 없고, 이런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양국서 역사 문제와 연계해 큰 논란이 있었다.

한일 정부는 말을 아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본지에 “(군사 동맹은) 너무 나간 개념”이라 했고, 외교부도 “이제 막 논의를 시작하는 상황이고 정상회의 개최 취지에 맞는 적절한 문서를 발표하는 문제를 협의 중”이라고 했다. 일본 정부는 익명의 관계자가 FT에 “미·일 조약에 따르면 3국의 ‘집단 방위’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한일의 신중론과 달리 미국은 적극적이다.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1일 “우리는 역내 평화·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과 이와 관련된 원활한 소통을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한일 간 군사 협력 확대를 원하는 배경에는 중국 견제 목적이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대응뿐만 아니라 중국과의 패권 경쟁 속 승기를 잡기 위해선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심 동맹국인 두 나라가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에서도 중국이 가장 민감해하는 현안인 대만·남중국해·동중국해 문제를 비롯해 탈(脫)중국을 위한 공급망 강화 방안 등이 두루 다뤄질 예정이다. 이 때문에 한일 간 군사 협력 확대가 이번 회담에서 선언적 수준에 그치더라도 추후 계속해서 논의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보니 글레이저 저먼마셜펀드(GMF) 국장은 “한·미·일이 합동 미사일 방어 훈련과 미사일 경보 정보 공유 등 안보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한 것이 중국의 안보 환경에 심각한 지장을 줬다”며 “바이든이 공들이고 있는 여러 협력체 중 중국 입장에선 한·미·일이 가장 우려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외교가에선 한·미·일이 이견이 거의 없는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공동 대응을 명분으로 안보 협력의 ‘수준’을 강화하고, 추후 한일 간 신뢰와 공감대가 충분히 구축되면 중국 등으로 전선을 확대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램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는 FT에 구체적인 문안 협상 상황에 대해 확인이 어렵다면서도 “미국과 동맹들은 획기적인 걸음을 밟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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