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최저임금, 많이 올려? 조금 올려?
내년 최저임금이 240원 오른 9860원으로 결정됐다. 인상률로는 역대 두 번째로 낮은 2.5% 인상이다. 최저임금은 1인 이상 고용한 모든 사업장의 근로자에게 적용된다. 그러므로 최저임금이 결정됐다는 말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노동자의 내년도 임금 수준이 결정된 것을 의미한다.
최저임금제도는 ILO회원국의 90% 이상이 시행하고 있다. 사업주가 최저임금법을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 혹은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징역과 벌금을 같이 부과할 수도 있고 반의사 처벌도 가능한, 꽤 강력한 제도이다. 최저임금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분명하다. 임금의 최저 수준을 보장함으로써 근로자의 생활안정,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하고 이를 통해 국민경제가 건전하게 발전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번에 노동부장관이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하면서 노동시장 내 격차 해소로 소득분배 상황이 단계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을 덧붙였다.
필자는 최저임금 하면 소득주도성장이 먼저 떠오른다. 최저임금은 2018년 16.4%, 다음 해 10.9%로 대폭 상승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론의 핵심 정책이었다. 래퍼곡선으로 잘 알려진 래퍼 교수는 소득주도성장론을 멍청한 이론이라고 했다. 확실히 최저임금 1만 원으로 성장을 견인하겠다는 생각은 좋게 말해도 순진한 발상이다. 래퍼 교수의 반대편에 선 케인지언이라면 성장을 위해 정부지출을 늘리는 방법을 제안했을 것이다.
최저임금과 관련한 가장 큰 이슈는 고용과의 관계이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주장과 그렇지 않다는 주장의 대결이 그것이다. 경제학원론 교과서에서 최저임금은 실업의 원인으로 묘사된다. 균형임금보다 높은 최저임금은 노동의 초과공급, 즉 실업의 원인이 된다는 간단한 논리이다. 그런데 경제학원론은 어떤 특수한 상황에선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을 설명하는 이론도 함께 소개한다. 카드 교수는 이를 실증한 공로로 202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외딴섬에 하나의 기업만 있는 상황을 상상하면 쉽다. 임금이 아무리 낮아도 다른 일자리로 옮기기 어려운 특수한 상황에서 적용되는 이론이다. 저임금 여성노동자는 여기에 속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경우 노동력의 수요자인 기업은 노동시장을 독점하는 힘을 갖게 되는데, 이것이 수요독점이다. 수요독점이론은 최저임금이 오르면 이전에 놀던 사람이 일자리를 갖게 되고 기업은 이를 통해 더 많은 이윤을 획득하게 된다는 사실을 밝힌다.
경제학 이론은 이처럼 다양할 뿐만 아니라 어떤 경우에는 현실과 모순되기도 한다. 경제학자들이 ‘한편으로는 이렇고 다른 한편으로는 저렇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므로 경제학자들의 말은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좋다. “내 이론이 최저임금을 인상하라는 정책적 제안을 한 것은 아니다”고 한 카드 교수의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제 현실을 보자. 최저임금은 미숙련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이런 면에서 최저임금은 임금불평등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또 ‘고용된’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과 소비는 늘어난다. 이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긍정적 효과의 그늘이 바로 실업이다. 이는 노동의 수요자인 기업의 측면을 살펴보면 분명해진다.
대기업은 최저임금의 직접적 영향을 받을 일이 없다. 그 영향은 자영업자, 그리고 n차 하청기업과 같은 한계 중소기업에 미친다. 키오스크나 서빙로봇은 인건비 상승이 가져온 자영업 일자리 상실을 말없이 설명한다. 원청의 갑질 관행이 없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최저임금의 상승은 한계 중소기업을 더욱 벼랑으로 모는 요인임이 분명하다. 외국인노동자도 못 쓰게 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일자리 상실이 뒤따른다.
이처럼 최저임금에는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모두 있다. 만약 누군가 한 측면만을 강조한다면 그것은 주장일 뿐이다. 양 측면을 모두 인정하는 것에서 대안의 출발을 삼아야 한다. 그래야 원청의 갑질 관행을 해소하고 중소기업을 좋은 일자리의 보루로 만들기 위한 개혁의 과제 같은 것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최저임금 많이 올려라, 조금 올려라를 해마다 반복하는 주장들을 보면 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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