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적정 실내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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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에서 말하는 '정점과 마무리의 법칙'을 설명하기 위해 흔히 동원되는 실험이 '차가운 물에 손 담그기'이다.
대학생을 상대로 한 연구를 보면 사람이 여름철 실내에서 쾌적하다고 느끼는 온도는 24.9도였다.
관공서 공무원들이 여름철 실내온도를 28도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는 규정에 묶여 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공공기관 실내온도 기준이 정해진 1980년 당시 국무총리 지시사항을 보면 '겨울은 18도 이하, 여름은 28도 이상'이라고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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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에서 말하는 ‘정점과 마무리의 법칙’을 설명하기 위해 흔히 동원되는 실험이 ‘차가운 물에 손 담그기’이다. 일반적으로 손을 담그는 시간이 짧을수록 고통이 덜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실험에선 결과가 달랐다. 한쪽은 섭씨 5도의 물에 5분간 담근 후 즉시 손을 빼고, 다른 한쪽은 섭씨 10도 물에 2분을 추가로 담그게 했다. 그 결과 후자가 더 참을 만하다고 반응한 것이다. 섭씨 5도나 10도나 차갑긴 마찬가지이지만, 마무리 근처의 완화된 고통이 정점의 고통을 희석시킨 덕분이다. 주관적이고도 상대적인 체감온도의 세계다.
“다른 칸보다 에어컨이 약해서 더워요.” “날씨가 덥지 않고 사람도 적은데 온도가 너무 낮아 추웠던 적이 한두 번 아닙니다.” 부산교통공사에는 냉난방 온도 관련 민원이 한해 5만건 가깝게 쏟아진다. 여름과 겨울 양 극단이 있는 우리나라에서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적정온도를 찾는 건 쉽지 않은 숙제다. 대학생을 상대로 한 연구를 보면 사람이 여름철 실내에서 쾌적하다고 느끼는 온도는 24.9도였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평균이다. 어떤 연구에선 남성의 적정온도가 24.3도, 여성은 26.1도로 성별에 따라 1.8도 차이가 난다. 에어컨 아래에서 남자 직원들은 “딱 좋다” 하는데 여직원들은 카디건을 꺼내 입는 풍경이 일반 직장에선 예사다.
관공서 공무원들이 여름철 실내온도를 28도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는 규정에 묶여 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선풍기나 손풍기도 소용이 없다. 사람 밀도가 높은 데다 컴퓨터 같은 발열 기기가 많아 실제 온도는 30도를 넘기도 한다. 공공기관 실내온도 기준이 정해진 1980년 당시 국무총리 지시사항을 보면 ‘겨울은 18도 이하, 여름은 28도 이상’이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어떤 기준에서 나온 수치인지 아무도 정확한 대답을 못한다. 게다가 이런 기준은 시청 구청 등 행정부에만 적용되고 입법부나 사법부는 빠져 있다.
일선 구청에서는 국장급만 돼도 별도 사무공간을 쓴다. 넓고 쾌적한 나홀로 사무실의 28도와 빽빽한 공간에서 민원인들에 시달리며 느끼는 28도가 같을 수는 없다. 온난화를 넘어 열대화되어 가는 게 요즘 날씨다. 부산만 해도 40년 전에 비해 여름철 평균기온과 최고기온이 2도 가까이 올랐다. 사람마다 느끼는 더위나 추위가 주관적이긴 하나 소속 부처나 지위고하에 따라 다르진 않을 것이다. 폭염에 노출된 여러 취약계층뿐만 아니라, 땀을 뻘뻘 흘리며 힘들어하는 공무원을 보면 누구도 마음이 편할 수 없다.
강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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