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승인받은 학부모만 교사 면담”

최훈진 기자 2023. 8. 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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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교권침해 예방 방안
교실과 별도 민원인 대기실 만들고
학교 요청땐 내부에 CCTV 설치
교보위 의결 없더라도 소송비 지원… 교사들 “현장서 실효성 있을지 의문”
《‘교권 보호’ 교사 면담 예약제 도입… 상담 대기실엔 CCTV 설치

서울 서초구 초1 교사의 극단적인 선택을 계기로 서울시교육청이 2일 교권 침해 예방 방안을 발표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면담 사전 예약제 도입, 상담을 위한 별도 민원실과 폐쇄회로(CC)TV 설치, 소송비 지원 등을 약속했다.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사들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이르면 하반기(7∼12월)부터 시행된다. 다만 그 실효성은 의문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이르면 11월부터 서울 지역 유치원과 초중고교에서는 학부모가 교사 면담을 하려면 사전 신청 뒤 교장이나 교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각 학교에는 면담을 위한 민원인 대기실이 마련되고, 학교가 요청하면 내부에 폐쇄회로(CC)TV도 설치된다. 이에 대해 교육 현장에서는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교권 침해를 막기에는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교사들의 지적이 나왔다.

● 상담 예약제-민원인 대기실 도입

2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부모 민원의 1차적 해결자를 교사가 아닌 교감, 교장이 하도록 하겠다”며 교권 침해 예방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시교육청은 교사 상담을 원하는 학부모가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상담 내용, 요청 시간 등을 적어 예약을 신청하면 교장, 교감이 이를 확인한 뒤 면담 승인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예약이 확정된 경우만 상담이 가능하게 한 것으로, 학부모 민원을 교사 개인이 아닌 학교로 일원화한 셈이다. 이를 위해 시교육청은 면담 사전예약 전용 앱을 개발한다. 11월경 이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시교육청은 관내 유치원과 초중고교 안에 교실과 별도로 학부모 면담을 위한 민원인 대기실을 설치하기로 했다. 학교가 원하면 대기실에 CCTV 설치도 지원한다. 상담 중 벌어질 수 있는 돌발 상황을 기록하고, 추후 분쟁과 소송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또 학부모가 교사의 개인 휴대전화로 ‘악성 민원’을 넣는 것을 막기 위해, 교사 전화번호는 학부모에게 공개하지 않도록 하기로 했다. 그간 교사 전화번호는 개인정보로 비공개가 원칙이었지만, 학부모 상담을 위해 교사에 따라 번호를 공개하는 경우도 있었다.

교사와 학부모, 학생의 갈등이 소송전으로 넘어갈 경우 교사에 대한 지원도 강화된다. 시교육청은 소속 학교의 학교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의 심의, 의결이 없더라도 해당 교사에게 소송비(변호사 선임비)를 지원할 방침이다. 금액은 민형사 1∼3심에서 각 심급당 최대 550만 원이다. 기존에는 이를 사후 지원했지만 앞으로는 선지급한다. 법률 분쟁을 중재하기 위한 분쟁조정위원회도 시교육청 산하 11개 교육지원청에 설치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 교육감은 “학교의 분쟁조정 업무를 경감시키는 차원도 있지만 위원회의 중립성을 더 확보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교사의 원활한 학생지도를 위해 8월까지 학생 생활 규정 가이드라인도 제작해 배포하기로 했다.

● “실효성 의문… 교사 소송 부담도 여전”

이날 발표를 접한 교사들은 “대책이 나온 것은 다행이지만 현장에서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고교 교사는 “지금도 교장은 학부모들 눈치 보느라 사건을 쉬쉬하며 덮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상담 신청을 거절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앱으로 간편하게 상담을 신청할 수 있게 되면 오히려 상담 민원이 더 늘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김희성 서울교사노조 서울부대변인은 “막상 사전 예약 없이 찾아온 학부모를 어떻게 대응할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소송비 지원 부분도 본질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소송비를 지원할 테니 실제 소송 부담과 업무는 교사 개인이 떠맡아라’ 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고교 교사는 “교육청과 학교의 판단에 불합리한 소송이라는 결론이 서면 교사는 이전처럼 학교 업무에 집중하도록 해주고, 소송은 교육청과 학교가 대신 수행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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