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197] 호텔로 변하는 작은 마을들
‘흩어진 숙소’라는 뜻의 ‘알베르고 디푸소(Albergo Diffuso)’는 1980년대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마을 부흥 프로젝트다. 오래된 시골 마을을 호텔로 바꾸는 것이다. 개발 주체는 지방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객실과 더불어 리셉션 건물, 레스토랑 등 편의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 국제적 호텔 체인이 아닌 개인 회사가 소유, 운영하는 조건이다. 투숙객은 독립된 건물에서 자기 집처럼 지내기에 마치 주민이 된 느낌을 받는다. 마을 공방을 들러 구경하고, 온천도 즐기며 인근 포도밭에서 피크닉도 즐긴다. 키우는 동물도 구경하고 농장이나 허브 가든을 산책하며 시골 정취를 즐길 수 있다. 리조트처럼 인위적으로 만든 환경이 아닌, 마을의 삶 자체에 스며드는 경험이라 색다르다.
현재 이탈리아에서 알베르고 디푸소 프로젝트로 재탄생한 마을이 150곳이 넘는다. 우리나라 TV에서도 소개한 아브루초(Abruzzo)주의 ‘산토 스테파노 디 세사니오’ 같은 마을이 그렇게 부활했다. 성공 사례가 늘어나자 호텔 사업가들도 관심을 가지고 투자하기 시작했다. ‘산 펠리체(San Felice)’는 투스카니 지역의 버려진 마을을 통째로 사들여 호텔로 만들었다. 성당, 종탑 등은 그대로 보존하고 기존 건물들을 객실과 호텔 편의 시설로 개조했다. 영화 ‘한니발’에서 렉토 박사가 피렌체에 은거하며 마시던 키안티 와인이 바로 이곳에서 생산하는 산 펠리체 일 그리조(Il Grigio)다. 구두로 유명한 패션 하우스 페라가모(Ferragamo)도 ‘일 보로(Il Borro)’라는 중세 마을을 구입해서 호텔을 만들었다. 마을 광장과 성당은 그대로 사용하고 구두 공방은 기념품 가게로, 술을 저장하던 창고는 토스카나 지역의 동화 ‘피노키오’의 디오라마 전시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지방 소멸’은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탈리아에도 1000여 마을이 비어가고 있다. CNN에서도 소개한 이 프로젝트는 소멸하는 지방을 부활시키고, 관광 유치와 지역 경제를 살리는 하나의 제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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