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트 안은 찜질방… “잼버리가 생존게임”
2일 오후 전북 부안군 새만금 잼버리장. 야영장에 설치한 텐트 2만5000여 동(棟)은 대부분 텅 비어 있었다. 타프(그늘막) 없이 땡볕에 그대로 노출된 모습이었다. 청소년 스카우트 대원들은 비닐하우스처럼 생긴 ‘그늘 쉼터’에 모여 있었다. 쪼그려 앉거나 누워서 흐르는 땀을 닦았다. 야영장 125곳에 설치된 급수대에서는 대원들이 옷을 입은 채로 허겁지겁 온몸에 물을 끼얹고 있었다. 야영장에서 유일하게 에어컨이 나오는 ‘글로벌청소년리더센터’는 더위를 식히려는 대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야영장 편의점에는 얼음을 사려는 대원들이 줄을 섰다.
이날 새만금 지역의 한낮 기온은 섭씨 31도까지 상승했다. 체감온도는 33도였다. 안전 전문가들은 “타프 없이 땡볕에 텐트만 칠 경우 텐트 안 온도는 43도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했다.
새만금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폭염에 대비해 총 7.4㎞ 덩굴 터널과 그늘 쉼터 1720곳을 만들었다. 체온을 낮춰주는 안개 분사 시설 57개도 갖췄다. 하지만 기록적인 폭염에 온열 환자가 속출했다.
2일 전북소방본부와 조직위에 따르면, 개막 첫날인 지난 1일 하루에만 열사병, 열탈진 등 온열 질환을 호소한 대원이 400여 명 나왔다. 같은 날 야영장 내 병원을 찾은 대원은 총 807명에 달했다. 이들은 두통과 어지러움, 구토, 가려움 등 다양한 증상을 호소했다.
실제로 온열 질환 진단을 받은 대원은 1일 17명, 2일 22명으로 파악됐다. 대원들이 하나둘 입영을 시작한 지난달 29일부터 계산하면 2일까지 온열 질환자는 총 72명으로 늘어났다.
폭염으로 온열 질환자가 급증하자 잼버리 조직위는 이날 추가 대책을 내놨다. 먼저 야영장을 오가는 셔틀버스를 현재 12대에서 24대로 늘렸다. 조직위 관계자는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30분에서 15분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야영장 내 병원과 클리닉의 냉방을 강화하고, 총 병상 수를 70개에서 150개로 늘리기로 했다.
온열 질환자가 계속 증가할 경우 야영장 셔틀버스 300대와 잼버리 운영본부가 있는 글로벌청소년리더센터를 임시 대피소로 활용할 계획이다. 조직위는 “두 곳을 가동하면 총 1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야외에서 진행하는 일부 체험 프로그램은 무더위 상황에 맞춰 중단할 예정이다.
최창행 조직위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야영장 내 소방서에서 119 구급차로 환자들을 병원으로 이송하는 등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한낮 땡볕뿐만 아니라 열대야까지 겹쳐 대원들의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며 “시간이 갈수록 온열 질환자가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잼버리 야영장에선 개막 첫날부터 밤 최저기온이 25도를 넘는 열대야 현상이 발생했다.
무더위 등으로 참가 대원 10명 중 4명은 아직 야영장에 들어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위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기준 야영장에 입영한 대원은 2만5901명으로 전체 대원(4만3000명)의 60% 수준이다. 조직위 관계자는 “서울 등에서 문화 체험을 한 대원들이 이제 들어오고 있다”며 “현재 입영 취소 의사를 밝힌 나라는 없다”고 했다.
조직위 등 관계 기관의 준비가 소홀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무더위로 대회 운영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대회 전부터 나왔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는 “폭염에 야외에서 국제 행사를 진행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 “잼버리가 생존게임이 됐다” “이제라도 행사를 취소하고 참가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편, 스카우트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저녁 개영식(開營式)에 참석해 “선배 스카우트로서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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