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 위해 자막 달았더니… 일반 관객이 더 좋아해
영화가 시작되자 흥겨운 노래가 흘러나왔다. ‘믿어도 되나요~♪ 당신의 마음을~♬’. 스크린에 노란 글씨로 자막이 떴다. ‘최헌의 앵두, 리듬감 있고 구성진 음악’. 화면 속 해녀들이 작업에 들어가며 자막이 바빠졌다. ‘풍덩 물 뛰어드는 소리’ ‘타닥 해산물 채취하는 소리’ ‘뽀글뽀글 숨 내뱉는 소리’.
청각 장애인을 위해 국내 최초로 개봉과 동시에 자막 버전이 상영된 한국 영화 ‘밀수’의 한 장면이다. 클라이맥스의 격렬한 격투도 자막으로 묘사됐다. ‘콰지직 패거리 내던지는 소리, 푹푹 칼로 찌르는 소리, 휙휙 칼 휘두르는 소리’. 노래 제목과 가사는 노란 글씨, 대사와 지문은 흰 글씨로 나온다.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지만 일반 관객의 만족도도 높다.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CGV ‘피카디리1958′에서 ‘밀수’ 자막판을 본 40대 관객 민지혜씨는 “발음이 잘 안 들리는 배우의 대사까지 정확하게 알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한국 영화의 개봉 동시 자막 상영은 지난 6월 한국농아인협회로 날아온 손편지가 촉매가 됐다. 그간 청각 장애인을 위해 자막판이 상영되긴 했으나, 개봉하면서 자막 작업이 시작돼 실제 영화관에서는 한 달가량 지나야 볼 수 있었다. 어지간한 인기작이라 해도 한창 화제일 시점을 지난 무렵이다.
농아인협회에 자신을 후천적 청각장애인이라고 밝힌 손편지 필자는 “저는 배우 김선호의 팬”이라며 “김선호 배우가 나오는 영화 ‘귀공자’를 장애인인 저도 개봉할 때 보고 싶다”고 썼다. 최다혜 한국농아인협회 대리는 “손편지가 접수된 것은 처음인 데다 내용이 간절해 자세히 읽게 됐다”며 “마침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장애인 관람 고충 사례를 찾고 있어 바로 전달했다”고 말했다. 편지를 건네받은 영진위 측은 국내 5대 영화배급사(CJ ENM·롯데엔터테인먼트·NEW·쇼박스·플러스엠), 3대 멀티플렉스(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와 추가 협의를 거쳐 개봉 동시 자막 서비스가 시작됐다.
자막 버전은 한글 자막 영화의 전체 회차 중 일부 회차에 편성된다. 애니메이션 영화를 더빙판과 자막판 중 고르듯, 한글 자막 버전을 원하는 시간으로 선택하면 된다. 지난달 26일부터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중심으로 전국 47개 관에서 상영 중이다. 영진위 측은 “추후 상영관을 꾸준히 늘려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2일 개봉한 ‘더 문’, 오는 9월 개봉 예정인 ‘1947 보스톤’(감독 강제규, 출연 하정우·임시완)을 포함해 연내 6~7편이 자막 버전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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