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명이 가도 “주문은 3인분부터”...관광지의 ‘황당 계산법’
얼마 전 남해안의 한 도시로 휴가 갔다는 지인은 4인 가족이 하루 식비로 40만원가량을 썼다고 했다.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미역국은 1만5000~1만9000원이었고, 저녁에 회라도 한 점 먹으려면 20만원이 훌쩍 넘었다. 숙소를 저렴한 비즈니스호텔급으로 잡고, 대중교통을 최대한 이용했지만 4인 가족 3일 여행에 150만원이 넘게 들었다고 했다. 대한민국 회사원 평균 월급의 절반가량이다.
섬으로 휴가를 다녀왔다는 지인 부부는 관광지의 ‘황당 계산법’에 불쾌한 마음만 안고 왔다. 유명한 흑돼지 전문점에 갔더니 사람이 2명이어도 무조건 3인분부터 주문을 받는다고 했다. 1인분에 2만1000~3만8000원 정도로 가격도 비쌌다. “2명이어도 3인분은 먹어야 양이 찬다”는 직원의 설명에 그는 “그럼 그게 2인분이지 왜 3인분이냐”며 울분을 토했다. 문제는 여기뿐만 아니라 다른 유명 관광지에서도 이런 주문법이 통용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관광 물가를 높이는 기이한 계산법이다.
한국의 높은 관광 물가는 외국인 친구들 사이에서도 회자된다. 한국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베트남 친구에게 “여름휴가로 제주도는 어때”라고 했더니 “우린 그곳을 ‘비싼 섬’이라고 불러”라고 말했다. 얼마 전 베트남 친구들이 제주도를 다녀왔는데, 교통비는 물론, 관광지 입장료, 숙박비, 매 끼니 식사 비용까지 서울보다 3배는 더 비싸다는 것이다. 실제로 제주도의 식당, 호텔 등을 이용한 외국인들의 리뷰에는 ‘비싸다’라는 말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8만5000원짜리 통갈치 메뉴를 파는 식당에는 “보통의 식사, 비싼 가격”이라는 글이, 1박에 50만원 넘는 한 호텔에는 “위치와 서비스에 비해 비싼 곳”이라는 평가가 달렸다. 단순히 가격이 비싸다는 게 아니라 가격에 걸맞은 품질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인 셈이다.
강원도 일부 해수욕장에서는 개인 돗자리를 가져온 관광객에게도 자릿세 명목으로 2만원을 받고, 파라솔과 평상 사용료는 5만~7만원을 받고 있다고 한다. 속초시와 강릉시가 조례로 정한 사용료는 파라솔 1만원, 평상 3만원 등이다.
휴가철 관광객들을 위해 문을 여는 시설과 상점들은 ‘한철 장사’라는 말로 서비스나 품질 면에서 관대한 평가를 받는다. 가격 실랑이로 휴가 기분을 망치기 싫은 고객의 심리를 이용해 말 그대로 ‘한철’만 보고 장사를 하는 셈이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누구나 손쉽게 대한민국 구석구석에 있는 식당과 호텔은 물론, 해수욕장에 딸린 작은 시설에 대한 평가까지 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해외 관광지를 비교·검색해 국내 여행 가격으로 떠날 수 있는 해외로 휴가를 떠나는 경우도 많다. 관광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와 품질에 맞는 적정 가격을 찾으려는 노력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국내 관광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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