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신뢰 잃은 공공 안전망
올여름 대형 사건·사고가 잇따르면서 사회적 충격을 주고 있다. 그 사건의 유형은 재해, 강력사건 등 서로 다른 것 같지만 공통점이 있다. 생각보다 더욱 허술한 공공 안전 시스템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점이다.
△청주 오송지하차도 참사 블랙박스가 공개됐다. 손쓸 틈도 없이 밀려 온 급류에 14명이 미쳐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생존자가 공개한 블랙박스 영상은 충격적이다. 순식간에 물이 들어오고 생존자들은 천장 구조물을 잡고 겨우 탈출에 성공한다. 이들이 생사를 걸고 탈출할 동안 공공 안전망은 무용지물이었다.
사건 조사가 진행되면서 청주 오성지하차도 참사는 속속 인재로 밝혀지고 있다. 하천 범람 전에 수차례 신고가 있었다. 지하차도 출입을 제한했더라면 참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결국 지자체, 경찰, 소방 등 공공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이 같은 결론은 국민들에게 ‘내 안전은 내가 책임질 수밖에 없다’는 정부에 대한 불신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신림동 묻지마 살인사건은 대낮에 사람이 붐비는 번화가에서 발생해 충격을 줬다. 누군가의 귀한 아들이 허망하게 목숨을 잃었다. 20대 희생자가 성실한 청년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사건 이후 삼단봉 등 호신용품이 불티나게 팔렸다고 한다. 결국 당하는 사람만 손해다. 누구도 나의 안전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는 불안감이 확산됐다.호신용품의 인기는 그래서 더 씁쓸하다.
정부가 문제를 이미 알고 있다. 그러나 대책은 세우지 못했다. 그동안 집단 경험상 사건이 터지고서야 호들갑 떨기 일쑤다. 진정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공공 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 가방 속에 삼단봉이, 차 트렁크에 고무보트 비치가 필수인 시대가 도래할지 모른다.
이선호 기자 lshg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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