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노인표? 칠순 된 정동영, 투표하실 건가

김종구 주필 2023. 8. 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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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당시 50세. 열린우리당 당의장이다. 그때 내뱉은 말이다. “60대,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 곧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니까. 집에서 쉬셔도 되고.” 2004년 3월이다. 20년 지났다. 이제 그의 나이도 71세다. ‘투표 안 해도 되는 정동영’이 됐다. ‘곧 무대에서 퇴장하실 정동영’이 됐다. ‘집에서 쉬셔도 될 정동영’이 됐다. 과연 받아들일까. 본인이 규정해 놓은 ‘나잇값’이다. 그도 지켜야 하지 않을까.

천정배. 당시 49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다. 그때 내뱉은 말이다. “노인들은 연세가 많다. 곧 돌아가실 분들인데 무슨 힘이 있겠느냐.” 2004년 9월이다. 20년 지났다. 그도 이제 70이다. ‘연세가 많은 천정배’가 됐다. ‘아무 힘도 없는 천정배’가 됐다. ‘곧 돌아가실 천정배’가 됐다. 이걸 그가 받아들일까. 혈기 왕성한 그가 노인에게 던진 막말이다. 힘도 없는 노인, 곧 돌아가실 노인으로 몰았다. 그가 들을 차례다.

유시민. 당시 45세.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이다. 그때 내뱉은 말이다. “50대가 되면 멍청해진다...60세가 넘으면 책임 있는 자리에 있지 말자.” 2004년 11월이다. 이제 그도 64세다. ‘멍청해진 유시민’은 지났다. ‘책임 있는 자리에 앉으면 안 될 유시민’이 됐다. 그가 받아들일까. 40대 패기로 주장했던 노인의 길이다. 진보의 현자(賢者)처럼 행세한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며 자문할 때 아니다. 답해보라.

왜 그런 말을 했나. 왜 이런 말을 듣나.

정, 천, 유도 그때는 부인했다. 실수, 왜곡이라고 했다. 역사가 애매하게 적고 있다. ‘○○○ 노인 비하 논란’, ‘○○○ 노인 폄훼 논란’. 결론 없이 ‘논란’이라고 적었다. 그런데 공통점이 있다. 젊은 시절 민주화운동을 했다. 독재 정부 타도를 구호로 삼았다. 노무현 정부에서 주역을 맡았다. 그 정부가 어떤 정부인가. 기득권을 타파한 최초 정부다. 그런 환경에서 쏟아진 말이다. 그들에겐 그게 시대정신이었을 수도 있다.

효과는 의외였다. 표(票)에서 손해 보지 않았다. 그해, 3월까지 열린우리당은 42석이었다. 발언 이후 총선이 있었다. 152석으로 확 늘었다. 그런 게 노인비하 발언이다. 진보에 감표는 없다. 잘하면 대승한다. 그걸 보고 이어진 두 막말이다. 9월 ‘천정배’, 11월 ‘유시민’. 언론도 흥미를 잃어갔다. 정치 단신으로 다루고 만다. 요즘도 기사는 된다. 하지만 가는 길이 뻔하다. 확 끓어오른다. 그러다 확 사그라든다.

이번엔 ‘김은경 논란’이다. 노인 비하 발언이다. 국민의힘이 뭔 일 날 것처럼 떠든다. 민주당은 자세를 낮춘다. 글쎄다. 와 닿는 식상한 데자뷔가 있다. 취재 20년의 관성이다. 일단 분노는 커질 것이다. 버티다가 사과했다. 그래도 더 갈 것이다. 그러면 노인회 찾아가서 빌 것이다. 그쯤되면 정리될 것이다. 원래대로 돌아갈 것이다. 민주당은 ‘2030 챙긴 당’으로, 국민의힘은 ‘노인 모신 당’으로.

정년 1년 남은 필자다. 노인 편 들 나이다. 객관적일 수 없다. 그래도 주장은 남겨 보겠다. ‘김은경씨 15세 아들’이 했다는 질문. ‘왜 나이든 사람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합니까’. ‘노인’에겐 미래도 자식의 것이다. ‘멍청해지는’ 머리를 쉰살 즈음 눈치 챈다. 그래도 그 머리로 하는 건 자식 걱정이다. ‘곧 죽을’ 나이가 오는 것도 안다. 서서히 기억이 무너진다. 그래도 놓지 않는 것은 자식 추억이다.

자식은 1표의 자격을 노인에게 따진다. 노인은 그 자식을 위해 그 1표를 버린다. 

김종구 주필 1964kj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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