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버려진 반려견 들개로 출몰... 악순환의 고리 끊어야

경기일보 2023. 8. 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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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길 등에서 들개 무리와 마주치면 느낌이 서늘하다. 사람을 향해 쫓아오기라도 하면 공포 수준이다. 이미 제주도에서는 초미의 지역사회 현안이다. 소 말을 해치고 사람까지 공격한다. 들개 공포가 우리 주변으로 죄어오는 듯한 요즘이다. 인천에서도 들개 출몰 민원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미개발지역이 많은 서구에서 그렇다. 본래는 사람과 함께한 반려견이었다. 졸지에 유기견 신세가 되면서 야생화해 자신을 버린 사람들을 노려보는 것이다. 결국, 개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 아닌가.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인천에서 포획된 들개가 135마리다. 이 중 72마리가 서구에서 붙잡혔다. 72마리 중 56마리는 검단지구 출몰 들개다. 인천 서구에는 올 들어 120건의 들개 관련 민원이 쏟아졌다. 검단지구 원당·당하·불로동 인근의 야산과 주택가 일대에서다. 지금도 50여마리의 들개 무리가 돌아다닌다고 한다.

민원 내용을 들어보면 절로 서늘해진다. “밤마다 들개들이 시끄럽게 짖어대는 소리에 잠을 이룰 수 없다.” “들개가 뒤쫓아오기도 해 호신용품을 준비했다.” “인근 공사부지에 중형견, 대형견 등 들개 8마리가 무리 지어 돌아다닌다.” “반려견과 함께 산책 중에 마주쳤는데 너무 무서웠다.” 실제로 제주에서는 들개들이 노루 사슴 등 야생동물까지 사냥한다. 굶주린 개들이 가축 사냥을 통해 야성 본능을 회복한다. 들개들이 야산에서 새끼를 낳으면 태생부터 들개다.

들개 민원이 잦은 인천 서구에서는 포획틀 설치로 대처한다. 자체적으로는 발판형 포획틀을 설치한다. 보다 포획 효과가 큰 울타리형 포획틀은 관련 용역업체에 의뢰한다. 늘어나는 들개 출몰에 비해 가용 포획틀이 달리는 실정이다. 인천시는 그간 연간 120마리 포획을 기준으로 예산을 짰다. 그러나 올해는 상반기에 이미 예상치를 넘어섰다. 포획틀 외에는 별다른 대응 수단도 없다. 동물보호법상 들개는 보호 대상 유기동물이다. 오직 생포만 가능하다. 야생에 길든 들개는 경계심이 많고 영리하며 민첩하다. 포획이 쉬울 리 없다.

최근 제주도에서는 들개에게 화살을 쏜 사람이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8월 자신의 닭 사육장을 노리던 들개를 쏜 것이다. 이미 들개들에게 닭 120마리를 잃은 사연이 있었다, 상징하는 바가 큰 사건이다. 안 그래도 대형 참사 많은 나라다. 들개로 인한 참사까지 보태지 않으려면, 미리 대책이 있어야 한다. 버려지는 유기견이 크게 늘어난다는 피서철이다. 한때의 반려견이 어느 순간 유기견으로, 들개로 나타난다. 그 악순환의 고리부터 끊어야 할 것이다. 누가 해야 하나. 견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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