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정의 음악 정류장] [92] ‘롤링스톤’의 한국 대중음악 100곡
최근에 미국의 공신력 있는 대중문화 잡지 ‘롤링스톤(RollingStone)’에서 ‘한국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노래 100선’을 발표했다.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나온 대중음악 중 100곡을 선정하였는데, 이에 대해 우리나라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실상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 선정이라는 긍정적 반응이 있는가 하면, 서양 주류 미디어의 권위와 명성에 의존할 필요가 있느냐는 부정적 반응도 있다.
한국 대중음악 100여 년 역사에서 100곡을 선정하는 일이 어찌 쉽겠는가. 그래도 오랫동안 전 세계 대중음악을 다루어 온 ‘롤링스톤’에서 한국 대중음악 명곡을 선정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케이(K)팝의 높은 위상을 보여준다.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순위는 해외에서 한국 대중음악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떠한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먼저 ‘K팝’이란 개념에 대한 인식 차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좁은 의미의 K팝은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를 필두로 한 아이돌 음악을 의미한다. 하지만 K팝을 한국 대중음악 전반을 지칭하는 넓은 의미로 볼 때도 있다. K팝이란 용어는 2000년 초반 국내 언론에 본격적으로 등장하는데, 이후 해외에서는 아이돌 음악뿐만 아니라 한국 대중음악 전반을 가리킬 때도 K팝을 사용한다. 김시스터즈를 K팝의 원조로 본다든지 성시경의 발라드를 K팝이라 지칭하는 것 등이 대표적 예다.
‘롤링스톤’이 선정한 100곡에는 BTS, 블랙핑크 등의 아이돌 음악뿐 아니라 트로트, 발라드, 포크 등 다양한 장르가 포함되어 있다. 윤심덕의 ‘사(死)의 찬미’ 한명숙의 ‘노오란 샤쓰의 사나이’ 이미자의 ‘동백아가씨’ 양희은의 ‘아침이슬’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 전인권의 ‘그것만이 내 세상’ 등 시대별로 유행한 대표적 노래를 망라했다.
이난영의 딸과 조카로 구성된 김시스터즈의 ‘찰리 브라운’이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과 함께 선정된 것은 특기할 만하다. SM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한 노래가 14곡이나 포함되었으며, 펄시스터즈, 김추자, 김정미 등 이른바 신중현 사단의 노래도 여럿 순위에 올랐다. 조용필의 ‘단발머리’를 “한국 팝의 혁명적 힘”이라고 평가하며 5위로 선정한 것도 눈길을 끈다. 조용필의 1집에서 9집까지 음악 감독으로 참여한 이태경이 밝혔듯이, 사운드를 실험한 이태경과 음악을 실험한 조용필의 협업이 이참에 또 빛을 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는 한국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노래 100곡을 어떻게 선정할까? 그것을 상상하는 것은 재미있으면서도 조심스러운 일이다. 그렇게 한국 대중음악은 계속 진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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