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사망한 출생 미신고 아동 249명중 222명 부실조사

조건희 기자 2023. 8. 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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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진단서-검안서 있다는 이유로
장소-원인-학대 위험 등 파악 안해
동아일보DB
보건복지부가 출산 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채 사망한 아동 249명 중 222명에 대해 “학대 혐의가 없다”며 최근 조사에서 결론을 냈지만, 실제로는 이들의 사망 장소나 원인은 물론이고 형제자매의 생사 등 학대 위험 요인을 파악하지 않은 것으로 2일 확인됐다.

복지부는 지난달 18일 출생 미신고 아동 2123명의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최소 249명의 사망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사망 아동 중 222명에 대해선 사망진단서나 시체검안서가 있다는 이유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지 않았다. 추가 조사도 하지 않는다. 사망진단서, 검안서 등은 아동학대 신고 의무를 지닌 의사가 작성하므로, 만약 학대가 의심되면 그때 신고돼 수사했을 것이란 논리였다.

그런데 동아일보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을 통해 222명의 사망 형태와 원인, 장소 등 자료를 요청하자 복지부는 “별도로 파악하거나 관리하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관련 서류 사본 제출 요청에는 “각 지자체가 받았던 서류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완전히 파기하도록 안내했다”고 말했다. 개인정보보호법상 처리 목적이 달성된 개인정보는 즉시 파기하도록 돼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학대 가능성을 가늠할 실마리를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고 서둘러 파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계에선 사망진단서 등이 있다고 학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겉으로 드러나는 학대 흔적이 명백하지 않으면 부모 말을 듣고 서류를 써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2013년 3월 대구에서 학대로 숨진 정지향 양(당시 2세) 사건 땐 검안의가 시신을 보지도 않고 허위 서류를 써준 것으로 드러났다.

“사망진단서만으론 ‘아동학대 없다’ 판단 일러… 추가 조사 필요”

사망 아동 222명 부실조사
사망진단서 근거 ‘병사’ 추정하지만
퇴원 48시간전엔 의사가 안봐도 발급
“시간 쫓겨 보여주기식 조사” 지적

복지부는 출생 미신고 사망 아동 222명의 학대 피해 가능성을 낮게 보는 근거로 병원 진료 중 사망 시 발급되는 ‘사망진단서’의 존재를 꼽았다. 222명 중 상당수는 사망진단서가 확인됐으므로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병사했을 거라는 추정이다. 학대나 유기를 의심할 수 있는 병원 밖 사망 시에는 시체검안서가 발급되는데 이는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고 복지부는 전했다.

지자체 담당자들은 “조사 기간이 2주에 불과해 사망 관련 서류를 확보하기에도 촉박했다”고 한다. 출생 미신고 아동 2132명의 안전을 확인하는 게 급선무였고, 사망자는 서류만 확인하라는 게 복지부 지침이었기에 추가적인 조사는 없었다. 한 광역자치단체 직원은 “자칫 아이 잃은 부모의 아픔을 헤집을까 봐 사망 원인을 꼬치꼬치 묻지 못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는 통상적인 서류 발급 절차를 고려하지 않은 판단이다. 영아가 응급실에 실려와 숨지면 통상 법의학을 전공하지 않은 응급실 전공의(레지던트)가 사망진단서를 작성한다. 응급실에서 퇴원한 지 48시간이 지나기 전에 숨졌다면 의사가 시신을 직접 보지 않아도 사망진단서나 시체검안서를 발급해줄 수 있다.

또 사망 아동 222명 대다수가 학대와 무관하다는 복지부의 판단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만약 출생신고 기한(생후 1개월)을 넘기도록 출생신고를 하지 않다가 병원에 방문했다면 그 자체로 학대를 의심할 수 있다. 2014년 이전에 태어나 이번 복지부 전수조사에 포함되지 않은 형제자매가 있다면 그들의 생사와 안위도 확인 대상이다.

아동학대 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경찰 관계자는 “만약 형제자매가 사망했거나, 아동학대나 가정폭력 의심 신고가 접수된 적이 있는 가정이라면 조사할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감사원 감사 이전까지 출생 미신고 아동에 대한 조사를 미루며 학대와 유기를 방치해 온 정부가 ‘보여주기식’ 조사로 마무리했다는 비판이 가능한 부분이다.

결국 지금이라도 정부가 사망 아동 222명에 대해 추가 조사를 벌여 단 한 명이라도 억울한 죽음이 없는지 제대로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 의원은 “출생신고조차 되지 않고 사망했다면 원인이라도 분석해야 그에 맞는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데, 복지부가 내실 있게 조사한 게 맞는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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