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금리 정점기 투자의 정석
주식에서 예금·채권으로, 단기에서 장기 투자로
2차전지 광풍은 일확천금 투기 심리가 빚어낸 사회 병리 현상이다. 2차전지 테마주로 꼽히는 A 기업 주식의 PER(주가수익비율·주가를 주당 순익으로 나눈 비율)은 330배가 넘는다. 330년 치 이익을 모아야 현재 주가가 된다는 뜻이다. 전 세계 투자자들이 수익성·성장성 최고 기업으로 꼽는 테슬라(78), 애플(30)의 PER이 우스울 지경이다. 2차전지 광풍 뒤엔 10년 이상 지속된 초저금리가 만든 자산 거품, 그로 인해 ‘나만 뒤처지는 게 아닌가’ 하는 포모(FOMO·소외 불안감) 증후군이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투기의 동력원인 초저금리는 이미 막을 내렸다. 미국의 기준 금리가 5.5%까지 올랐다. 한미 간 금리 역전 폭(2%포인트)이 사상 최대로 벌어졌다. 달라진 금융 환경에 맞춰 기대 수익률을 낮추고 투자의 방향타를 조정해야 한다. 현재 미국 예금 금리가 우리나라 예금 금리보다 훨씬 높다. 원화를 달러로 바꿔 달러 예금을 드는 게 이자 면에선 훨씬 유리하다. 게다가 미국은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다. 한은은 무리가 되더라도 금리를 계속 동결할 것이다. 다행히 한미 간 금리 역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투자금 유출 징후가 아직까진 없다. 한은이 살얼음판을 걷듯 금리 동결 행보를 이어갈 수 있는 이유다.
현재 우리나라의 시장 금리는 상당히 왜곡돼 있다. 금융 당국이 가계 부채 폭발을 막기 위해 시장 금리 상승을 억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새마을금고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이 나타나고, 새마을금고들이 예금을 돌려주려고 채권을 내다팔자, 시장 금리가 가파르게 올랐다. 그러자 한국은행이 새마을금고의 보유 채권을 담보로 잡고 대출을 해주는 긴급 대책을 내놨다. 시장 금리를 계속 누르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정부가 40조원 이상 세수가 구멍 나도, 적자 국채 발행 대신 한은의 차입금을 당겨 쓰는 것도 금리 상승을 막기 위한 것이다.
정부의 금리 누르기가 언제까지 가능할지 모르지만,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을 보면 금리가 거의 정점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 금리 상승을 기다리며 단타 위주로 굴리던 투자금을 장기 예금·채권으로 갈아타 이자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발 금리 왜곡 탓에 은행 예금 금리는 여전히 낮다. 만기 1년 이상 예금에 돈을 묻기는 망설여진다. 채권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금리의 가격 메커니즘이 살아 있는 채권시장에선 연 5% 이상 채권을 찾기가 어렵지 않다. 가장 안전한 채권인 국채 금리는 여전히 낮지만, 초저금리 시절에 발행된 장기 국채를 지금 사면 향후 금리 하락기에 시세 차익(채권 가격 상승)과 절세 혜택을 동시에 노릴 수도 있다. 이자소득세 과세 기준이 되는 표면금리가 연 1~2%에 불과해 세금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국공채 ETF(상장지수펀드)나 미국 국채 ETF를 활용하면 소액으로도 채권 투자가 가능하다.
눈 밝은 투자자들은 이미 채권 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올 상반기 개미의 채권 투자액이 19조원에 달한다. 작년 같은 기간 대비 4배 이상 늘었다. 특히 만기 10년 이상 장기채 투자는 작년보다 9배나 늘었다. 채권 ETF 투자액도 8조원 이상 불어났다. 일부 서학 개미는 일본에서 거래되는 미 국채 ETF를 엔화로 투자하기도 한다. 역대 최저로 떨어진 엔화 가치가 오르면 채권 매매 차익에다 환차익까지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초보 투자자의 경우 이런 투자까지 하긴 어렵겠지만, 금리 정점기 이자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두루 모색할 필요가 있다. 방망이를 길게 잡고, 금리 홈런을 노려볼 만한 시기가 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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