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195] 영(佞)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2023. 8. 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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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佞)은 주로 유녕(諛佞)이라고 해서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아첨하는 것을 말한다. 영혹(佞惑)은 남에게 아첨하여 유혹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공자는 ‘논어’에서 영(佞)을 말재간을 부려 진위(眞僞)를 뒤바꾼다는 의미로만 사용한다. 편녕(便佞)의 녕 자와 통하는데 편녕이란 ‘말로는 그럴싸해 보이지만 아무런 실상이 없다’는 뜻이다. 영(佞)을 일삼다가 공자에게 미움을 받은 제자가 재아(宰我)다. 재아가 편녕하는 장면이다.

애공(哀公)이 재아에게 사(社·신주)에 관해 묻자 재아가 대답했다. “하후씨(夏后氏·우왕)는 소나무로 했고 은나라 사람들은 잣나무로 했고 주나라 사람들은 밤나무로 했습니다.” 또 말했다. “밤나무로 한 것은 백성들로 하여금 전율(戰慄)을 느끼게 하려 함이었습니다.” 느닷없이 밤나무[栗]를 전율로 가져다 붙인 것이다. 이런 것이 영(佞)이다.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이라는 사람이 최근 해대는 언동을 보고 있자니 현대판 ‘재아’라 부르기에 모자람이 없다. 아이가 했다는 말 “우리 미래가 훨씬 긴데 왜 미래가 짧은 분들과 똑같이 표결을 하느냐?”는 말은, 남자들은 군대 다녀왔으니 군대 안 갔다 온 여자들보다 더 많은 투표권을 가져야 한다는 말만큼이나 그릇된 것이다. 애당초 김 위원장은 아들의 그릇된 생각부터 조목조목 깨우쳐줘야 했다. 그런데 아들 말은 맞지만 1인 1표라는 ‘괴상한’ 민주 원칙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설득했다고 한다. 이것만으로도 창피한 일이다.

술자리에서 떠들어도 간단하게 반박당할 수준의 말을 공당 혁신위원장이라는 사람이 내뱉어 놓고 거둬들일 생각은 안 하며 버틴다. ‘노인 폄하’여서 문제가 된다기보다는 처음부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놓고 아직도 뭐가 잘못인지를 모르는 것이 문제라 하겠다. 김 위원장 아들 같은 수준의 정치를 하다가 혁신이 필요하게 된 더불어민주당이건만 이런 김 위원장으로는 전혀 혁신이 안 되리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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