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속도 혁명에 대한 단상
4차 산업혁명, 디지털 전환, 포스트 코로나 그리고 이제는 생성형 인공지능. 우리가 직면한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읽는 열쇠 말들이다. 2016년 다보스포럼 이래 4차 산업혁명을 외친 지 어언 7년이 지났고 팬데믹과 챗GPT는 현재진행형이다. 4차 산업혁명 전도사로 불리는 다보스포럼의 클라우스 슈바프 의장은 이 거대한 혁명의 특징으로 셋을 꼽았다. 첫째는 속도(speed), 둘째는 범위(scope), 셋째는 파급효과(impact)다. 기하급수의 속도로 진행되고 모든 기술과 산업이 포함되는 포괄적 변화며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속도를 첫 번째로 꼽은 만큼 지금은 속도혁명의 시대라 할 만하다.
지난해 11월30일 챗GPT 등장으로 가뜩이나 빠른 기술변화에 가속도가 붙었다. 쉽고 편리함은 물론이고 어떤 질문에도 척척 대답하는 챗GPT는 출시 40일 만에 가입자가 1000만명을 넘고 두 달 만에 월간적극이용자(MAU)가 1억명을 돌파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스위스 금융그룹 UBS 보고서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이런 디지털 서비스가 이용자 1억명을 확보하는 데 걸린 시간은 계속 단축됐다. 구글 번역기는 78개월, 텔레그램은 61개월, 인스타그램은 30개월, 틱톡은 단 9개월이 걸렸을 뿐이다. 이에 비해 챗GPT의 2개월은 비교불가의 기록이다. 도저히 깨지지 않을 것 같던 이 기록은 최근 메타가 트위터 대항마로 내놓은 소셜미디어서비스 '스레드'(Threads)에 맥없이 무너졌다. 스레드는 하루 만에 이용자가 3000만명을 넘었고 프로모션 없이 5일 만에 1억명을 가뿐히 돌파했다. 하지만 DM(다이렉트메시지), 해시태그 기능 등이 없어 이용자와 이용시간이 줄어들며 다소 주춤한다. 아직 초기버전이라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할 것이다. 혜성처럼 나타난 챗GPT는 절대강자로 군림한 정보검색 공룡 구글의 철옹성을 위협하고 마크 저커버그의 스레드는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데 사회는 매년 변하고 기술은 매일 진화한다. 첨단 디지털 기술은 세상을 빠르게 바꾸는데 그런 세상에 사는 우리는 변화를 따라가기에도 벅차다. 그렇다고 모두 달리는데 혼자만 '슬로'를 고집하며 여유를 부릴 수도 없는 법이다. 자고 나면 신기술이 발표되는 속도혁명 시대에 사는 우리 자신이 변화하는 데는 얼마의 시간이 걸릴까. 10년 전의 나, 1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얼마나 다른가. 기술은 빨리 발전하는데 관련 법이나 제도, 문화변동이 뒤처지는 걸 '문화지체' 현상이라 부른다. 기술변동 속도는 엄청난데 사람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이를테면 '인간 지체' 현상이 만연할지도 모른다. 세상 변화의 속도야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기술개발의 속도는 사회가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더 빠르고 더 큰 걸 추구하는 건 인간의 욕망이지만 '빨리빨리'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빨리 가면 넘어질 수 있고 느린 사람과 격차가 벌어져 양극화가 심해질 수밖에 없다. 성장일변도의 근대화가 한창이던 1973년 독일 경제학자 에른스트 슈마허는 '스몰 이즈 뷰티풀'을 주창하며 적정 기술과 지속가능성을 강조했다. 2003년 일본 문화인류학자 쓰지 신이치 교수는 '슬로 이즈 뷰티풀'이란 책을 통해 현대인의 위기는 느림의 상실에서 나왔기에 슬로라이프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작고 느린 것 중에도 소중한 것이 많다. 더 빠르게 해주는 건 기술문명이지만 문화는 오히려 느림의 여유 속에서 만들어진다.
변화가 빠른 시대에는 속도뿐만 아니라 방향에도 주목해야 한다. 인터넷에 떠도는 밈 '수학에 빠른 캡틴 아메리카'처럼 수학연산 문제에 어처구니없는 답을 빨리 내놓고 "하지만 빨랐죠"라고 변명해서는 안 된다. 기술혁명은 파급효과나 범위가 엄청나므로 속도보다 올바른 방향이 중요하다.
최연구 (과학문화칼럼니스트·필로 스페이스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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