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소셜미디어와 소통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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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에게 영향을 주는 사람이라는 뜻의 인플루언서(influencer)가 소셜미디어 시대에 새로운 직업으로 등장했다.
우리는 소통할 것(메시지·콘텐츠)이 있어 매체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다.
소통불가능한 시대 소셜미디어(social media)는 어울리기(socializing) 위한 도구(media)라기보다 우리가 어울리는 장소 그 자체로 기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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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에게 영향을 주는 사람이라는 뜻의 인플루언서(influencer)가 소셜미디어 시대에 새로운 직업으로 등장했다. 예전에는 언론이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사람들을 따르고 그들의 콘텐츠를 널리 알리는 형태였지만 오늘날의 인플루언서들은 매체 내의 존재감이 우선이다. 팔로워 수가 바로 영향력이며 그 인지도를 통해 인물의 다양한 활동을 띄우는 모양새다. 가볍게 올린 영상이 주목받는 바람에 팔로워가 폭발하면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전문 인플루언서로 나서는 사례도 심심찮다. 조회수나 팔로워들의 호응에 따라 플랫폼에서 수익금을 나눠주고 협찬이나 광고, 후원 같은 마케팅 기회도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이들의 공식적인 명칭은 콘텐츠크리에이터지만 누구나 쉽게 영상을 만들고 올릴 수 있는 요즘 크리에이터로서 이들의 전문성은 콘텐츠(내용)보다 소통능력에 있다. 대부분 정보가 인터넷에서 공유되기 때문에 SNS에서 이뤄지는 다수간의 즉각적인 소통이 중요해진 것이다.
경제나 산업분야에서 말하는 4차혁명이나 IT산업은 대중의 일상에서 보면 소통산업이다. 올해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앱을 검색하면 틱톡,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이 1위부터 3위를 차지하고 한국인이 애용하는 앱에는 카카오톡, 유튜브가 추가된다. 실행횟수별이냐 이용시간별이냐에 따라 순위가 조금씩 달라지긴 하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SNS라고 부르는 소통앱들이 음식배달이나 물품구매, 내비게이션 등의 생활앱보다 상위에 오른 것이다. 그런데 정말 수시로 톡톡거리는 이 소통장치들이 왜 이렇게 인기인가.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와 왜 소통하려는 것이며 이런 앱들이 정말 도움이 되기는 할까. 주변에 보면 스마트폰 때문에 가족끼리 대화가 단절됐다는 불평이 더 많은데 말이다. 안타깝긴 하지만 스마트폰을 없애고 과거의 단란한 인간관계를 회복하자는 시대착오적 주장이 답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소셜미디어들이 여느 자본주의의 상품들처럼 파생된 가치에 기반한다는 것이다. 미디어를 활용하는 능력 자체가 콘텐츠인 것처럼 소통산업은 우리를 진짜 소통하게 한다기보다 이전에는 알지 못한 방식의 연결들을 '소통가능성'이라는 형태로 제공하고 그로부터 이윤을 남기는 산업이라는 것이다.
최근 생긴 SNS인 스레드(@Threads)에 들어가봤다. 아직 신생 앱이어서인지는 몰라도 타임라인에 팔로우하고 싶은 글은 없고 팔로워 늘리는 방법을 알려주는 글만 넘쳐났다. 사실 오래된 플랫폼도 별반 다르지 않다. 매일 '소통'하자면서 아무말 대잔치뿐이고 '소통'이란 '좋아요' 누르기로 귀결된다. 1960년대에 이미 이러한 매체의 확장을 예견한 마셜 매클루언은 "미디어가 곧 메시지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소통할 것(메시지·콘텐츠)이 있어 매체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다. 매체가 전부인 것이다. 편재하는 소셜미디어와 스마트 미디어들은 우리 모두가 소통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이것은 특별한 의사소통(communication)이 아니고 그저 소통을 위한 소통, 바로 '소통가능성'에의 요구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혼자고 실제로 진정한 소통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끊임없이 '소통가능성'을 추구하는 것을 보면.
소통불가능한 시대 소셜미디어(social media)는 어울리기(socializing) 위한 도구(media)라기보다 우리가 어울리는 장소 그 자체로 기능한다. 실재하는 식당이나 관광지는 이제 '맛집사진'과 '사진맛집'으로 남는다. 매체는 이제 메시지를 넘어 하나의 장소, 아니 우주(universe)가 됐다. 멀티버스(multi-verse) 메타버스(meta-verse) 같은 상상의 변주나 가상화뿐이 아니라 나의 세계가 진정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그런 우주면 좋으련만!
남수영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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