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틀어도 숨막혀요”...40도 육박 물류창고선 폭염과 전쟁
근로시간 새벽-이른 오후로 조정
건설현장은 14시-17시 작업 중단
일부 현장선 장시간 고온에 노출위험
경기도 하남시의 한 중소 유통업체에서 근무하는 A씨는 최근 오전 6시부터 오후 1시까지 7시간만 일하고 있다. 연일 35도가 넘는 폭염으로 근무하는 창고 실내 온도가 40도에 육박하자 고용주에게 근로 시간 조정을 요청한 것이다. 이 업체 대표는 지난달 중순부터 창고에 에어컨과 냉풍기를 추가 설치했지만 업무 특성상 종일 문을 열어놓고 일하는 탓에 열을 식히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10년 넘게 이어온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 근무 체제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 A씨는 “일찍 일하고 일찍 퇴근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걸 인식한 덕분인지 회사에서도 이를 받아들였다”면서 “8월 중순까지는 이같은 근무를 유지하고 추가로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연일 폭염으로 야외 근무현장에 비상이 걸렸다. 근로자들이 폭염에 그대로 노출되면서 어지럼증, 의식저하를 비롯한 온열질환을 호소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업체에서는 근무시간 조정, 휴게시간 확대로 대응하고 있지만 ‘습식 사우나’ 같은 무더위에 역부족인 상황이다.
서울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기록한 2일, 폭염에 취약한 건설 현장은 ‘피서’ 조치가 발 빠르게 이뤄졌다. 체감기온이 40도를 육박하는 시간대인 오후 2시부터는 근무를 중단하는 현장도 더러 있었다. 수도권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B씨는 “이 시간대를 다행히 피하면서 일하고 있지만 문제는 그 외 시간도 너무 덥다는 것”이라면서 “땀이 정말 비 오듯이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사 기일을 맞춰야 하는 건설업 특성상 휴식시간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현장도 상당수 있었다. 그늘막 아래 대형 선풍기 하나로 인부 수십여명이 버티는 곳도 눈에 띄었다. 실제 건설노조가 건설노동자 242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체감온도가 35도 이상일 경우 무더위 시간대인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옥외 작업을 중지하게 돼 있는데 지켜지고 있나’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라고 답한 비율이 81.7%에 달했다.
건설근로자인 C씨는 “얼음물 하나로 그냥 버티면서 일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건설현장은 아직 현실이 이렇다”고 말했다.
대형마트내 주차관리와 카트 정리를 담당하는 직원들도 힘든 여름을 나고 있다. 최근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가 발생한 코스트코는 사고 발생 이후 휴식 시간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재발 방지에 나섰다. 그러나 이날 정오께 매일경제신문이 직접 찾은 서울 서초구 코스트코 양재점에서는 근로자들이 잠시 쉬는 시간에도 햇볕이 그대로 내리쬐는 나무 의자에 앉아 숨을 고를 뿐이었고 파라솔도 없는 외부 의자에서 연신 땀을 닦아냈다.
한 직원은 “3시간 근무 후 15분 휴식에서 20분 휴식으로 5분 늘어난 게 전부”라고 말했다.
야외 근로자보다 다소 사정이 나은 사무직 직원들은 실외 외출을 최소화하는 ‘회사콕’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출근부터 퇴근까지 회사 밖으로는 한발짝도 나가지 않고 업무는 물론 식사까지 해결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30대 회사원 남 씨는 “이달에만 외부 미팅이 많이 잡혀있었는데, 날이 너무 더워서 서로 화상회의로 전환하자고 합의했다”면서 “최근 일주일 동안은 점심도 모두 사무실에서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대문 인근에서 근무하는 40대 회사원 최 모씨 역시 “평소에는 구내식당을 거의 이용하지 않았는데, 지난달부터 날이 너무 더워 회사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있다”면서 “밥값도 많이 나가던 차에 건강도 챙기고 돈도 아낄 수 있어서 일거양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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