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후 숲이 지나 온 계절들… “치열하고 위대”

강주영 2023. 8. 3.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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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이(遷移). 일정 식물들이 이뤘던 군락이 사라지면 또 다른 식물들의 군락이 형성되는 생태 변화가 이뤄진다.

최근 고성 피움미술관에서 만난 홍일화 작가는 지난해 고성에 머물며 직접 목격한 숲에 대해 설명했다.

인물화에 천착하다 2019년부터 생태미술을 고민해온 홍 작가는 지난해 고성에서 '실제 자연'을 관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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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일화 개인전 ‘더 포레스트’
내년 2월까지 고성피움미술관
고성 지역 숲 관찰하며 작품화
“가시덤불도 자연에는 보호막”
▲ 홍일화 작가가 지난 해 고성의 숲에 머물며 완성한‘가시-고성’ 시리즈.

천이(遷移). 일정 식물들이 이뤘던 군락이 사라지면 또 다른 식물들의 군락이 형성되는 생태 변화가 이뤄진다. 최근 고성 피움미술관에서 만난 홍일화 작가는 지난해 고성에 머물며 직접 목격한 숲에 대해 설명했다. 그가 머문 숲 속에는 뿌리 내려 살아남기 위한 씨앗과 포자가 24시간 날렸다.

3개월간 강원의 숲에서 붓을 든 홍 작가는 “옆에서는 뱀이 지나다니고 밤이면 노루 우는 소리가 들렸다. 숲이야말로 생존을 위해 경쟁하는 가장 치열한 현장이었다”고 말했다.

제주 해녀와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등 여성들의 얼굴을 극사실적으로 담아온 작가가 강원 고성을 깊이 들여다본 전시가 열리고 있다. 홍일화 개인전 ‘더 포레스트(The Forest)’가 고성 피움미술관에서 개막, 내년 2월 까지 이어진다. 7m 이상 대작 등 ‘숲’을 주제로 한 유화들을 선보인다.

인물화에 천착하다 2019년부터 생태미술을 고민해온 홍 작가는 지난해 고성에서 ‘실제 자연’을 관찰했다. 작품 ‘가시-고성’은 산불 피해를 입었던 나무가 봄부터 겨울까지 겪는 변화를 담았다. 홍 작가가 지난해 2~5월 직접 본 장면의 일부다. 그는 “산불 이후 숲 재생 과정을 볼 수 있었던 유일한 곳이 고성이었다”며 “타 버린 나무 사이로 몇백 년전부터 땅 안에 있던 씨앗들이 새로운 터전을 만드는 것을 보며 자연의 힘과 자생력에 놀랐다”고 밝혔다.

강원도에 살며 자연을 관찰한 경험은 인간중심에서 바라봤던 기존의 좁은 시야도 넓히는 계기가 됐다. 특히 가시덤불을 눈여겨 본 작품들은 자연 스스로 만드는 생명의 선순환을 담아냈다. 홍 작가는 “인간의 관점에서 가시덤불은 제거돼야 하는 식물이지만 자연 입장에서는 생태를 보존하고 자리잡도록 하는 일종의 보호막 역할을 한다”며 “또 썩어버린 고목은 살아있는 초목에 양분을 제공하는 존재였다”고 했다.

사진은 개막식에서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홍 작가.

홍 작가는 “바쁜 도시생활을 하다보면 자연이 평화롭고 때론 느린 곳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직접 가본 자연은 그보다 더 위대한 곳이었다”며 “자연과 함께 사는 법을 잊은 인간도 사실 자연의 일부였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숲을 조명한 이유를 덧붙였다.

유신숙 피움미술관 관장은 “인간의 눈으로 바라본 자연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는 태도를 전하는 전시”라며 “고성에 있는 미술관에서 자연과 상생의 가능성을 더욱 느낄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홍 작가는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대작들을 이어왔다. 2019년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현대미술로 바라본 여성인권’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개관한 피움미술관은 상설전시와 작가 레지던시 등을 이어간다. 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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