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포럼] 바이드노믹스 덫에 걸린 한국경제
日도 30년 불황 벗어나 탄탄한 성장
세계 경제 좋은데도 韓만 저성장 늪
尹 경제난 타개할 담대한 해법 찾길
“바이드노믹스가 작동한 것이다.” 미국 경제가 2분기 2.4%(전기 대비 연율) 성장하자 조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경제정책이 빛을 발했다고 자평한다. 1분기 2.0%보다 높고 시장예상치(1.8%)를 웃도는 깜짝 성장이다. 기준금리가 1년 6개월 만에 5.25%포인트나 오르는 고강도 긴축에도 일자리는 넘쳐나고 경기 호조세가 꺾일 줄 모른다. 바이드노믹스 마법 말고는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한국경제는 딴판이다. 성장률이 올 1, 2분기 0%대에 그쳤다. 연간 전망치도 1.4%(한국은행·IMF)로 잠재성장률 2%를 밑돌고 세계 경제성장률(IMF 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런 성장은 오일쇼크나 외환·금융위기 때를 빼곤 전례가 없다. 세계 경제의 호조에도 한국은 나 홀로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미국의 대중 봉쇄가 강도를 더해갈수록 중국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 충격은 커진다. 대중 수출은 1년 2개월째 쪼그라들며 한때 27%에 달했던 수출 비중이 20%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대중 수출 비중이 40%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 불황은 심각하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반도체 부문에서 9조원의 영업적자를 냈고 SK하이닉스 적자도 6조원에 달한다. 삼성은 중국에서 낸드플래시의 40%, 하이닉스는 D램의 50%, 낸드의 30%를 생산하는데 공장업그레이드조차 쉽지 않다. IRA의 까다로운 보조금 기준 탓에 한국산 전기차가 차별당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작년 5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105억달러의 대미투자를 약속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했지만 빈말이었다. 현대·기아차는 고육책으로 할인판매에 나서고 있지만 미국 내 점유율은 작년 10%대에서 올 상반기 7%로 떨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집권 초기 저성장 극복과 성장·복지의 선순환을 요체로 하는 ‘윤노믹스’를 표방하며 숱한 정책과제를 쏟아냈다. 국회를 장악한 야당에 발목이 잡혀 대부분 흐지부지됐고 정책신뢰에 상처만 났다. 윤 대통령은 빈번하게 바이든 대통령을 만났으나 실속을 챙기지 못했다. “미국이 한국 정부와 기업의 애로를 잘 안다는 립서비스만 반복하고 있다”는 말(이규형 전 주중대사)은 정곡을 찌른다. 한·미동맹과 한·미·일 공조가 굳건할수록 한국경제만 멍드는 게 아닌지 걱정이다. 경제력 없이는 가치외교와 글로벌 중추국가 비전은 속 빈 강정이다. 이달 중순 미 대통령의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이 열린다. 윤 대통령은 경제난에 숨통을 틔우는 돌파구를 찾기 바란다.
주춘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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