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타워] ‘김장하 선생’ 같은 어른 많아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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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넷플릭스에서 본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의 한 장면이다.
갈수록 우리 사회에 귀감이 되거나 귀담아들을 만한 소리를 해줄 어른이 잘 안 보여 걱정하던 차에 제목부터 눈길을 끌었다.
'어른 김장하'는 경남 사천(1963년 개원)과 진주(1973년 이전 개원)에서 60년간 '남성당 한약방'을 운영하면서 지역사회에 헌신해온 한 사람을 조명한 다큐멘터리다.
이를 드러내거나 자랑하지 않고 오히려 냉정할 만큼 말수가 적은 어른이라 한 마디 한 마디가 묵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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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장하(79) 선생을 위한 깜짝 생일잔치가 열린 2019년 경남 진주의 한 실내 공연장. 문형배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마이크를 잡았다. ‘김장하 장학생’ 출신으로 진주 대아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문 재판관은 “선생님께 고맙다고 인사를 갔더니, ‘나에게 고마워할 필요가 없다. 나는 이 사회에 있는 것을 너에게 주었을 뿐이다. 혹시 (은혜를)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이 사회에 갚아라’라고 하셨다”며 목이 메어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선생은 1923년 백정의 신분 차별을 바로잡자며 진주에서 시작된 ‘형평운동’ 기념사업회 초대 이사장을 맡아 호주제 폐지 등 평등운동에도 앞장섰다. 그는 형평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오늘 와서도 그(가진 자와 못 가진 자·남녀·노인·장애인 등) 차별은 별로 없어지지 않은 것 같다”며 안타까워한다.
이 밖에 가정폭력피해자쉼터 건립 후원, 지역 극단과 문인을 비롯한 예술인, 언론사(진주신문) 지원 등 꼭 도와주어야 할 곳에 조건 없이 베풀었다. 20여년 운영한 남성문화재단의 남은 자산 34억원도 국립 경상대에 기증했다. “돈은 똥과 같아서 쌓아 두면 악취가 진동하지만, 흩뿌리면 거름이 된다”는 자신의 말을 평생 삶으로 보여준 것이다.
이를 드러내거나 자랑하지 않고 오히려 냉정할 만큼 말수가 적은 어른이라 한 마디 한 마디가 묵직하다. “정치가 도저히 마음에 안 든다”거나 “(힘 있는 자들이) 겁나는 데가 없이 설치면 사회가 몰락한다”고, “우리 사회는 평범한 사람들이 지탱한다”고 할 때다. 이분을 조금이라도 닮길 다짐하고, 이런 어른이 많아지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이강은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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