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2023년 여름이 가장 시원하다
유럽선 2023년 폭염 ‘지옥불’에 비유
해마다 ‘가장 뜨거운’ 기록 깨져
고로 지금 이 시원함을 즐겨야
1991년 10월 호그와트 마법학교에서 헤르미온느 그레인저와 론 위즐리, 네빌 롱바텀 그리고 해리 포터는 아거스 필치로부터 숨으려던 밤, 플러피와 맞닥뜨렸다. 플러피는 루베우스 해그리드가 언젠가 술집에서 만난 그리스 사람에게서 얻은 머리 세 개 달린 개다. 괴상하게 생긴 개를 만난 마법학교의 악동들은 겁이 났다. 도저히 그 앞을 지날 수가 없었다.
정말로 덥다. 느낌이 아니라 숫자가 말한다. 산업화 이전 지구 평균 기온은 15도였다. 이젠 평균 기온이 16.1도다. 100여년 동안 1.1도 오른 것이다. 겨우 1.1도 올랐는데도 우리 삶을 통째로 바꿔야 할 정도로 기후가 변했다. 그런데 7월에는 지구 평균 기온이 처음으로 17도선을 넘었다. 올해 6월은 기후 측정 이후 가장 더운 6월이었다.(이런 기사 제목은 매년 봤다. 이제는 기자들이 식상해서 더 이상 쓰지 않는 것 같다.) 올해 7월은 지난 12만년 중 가장 뜨거운 7월이었다. 우리는 역사의 현장을 몸으로 겪고 있다.
기온만 오른 게 아니다. 바다도 데워졌다. 지난 7월 21~22일 대서양의 표면온도는 1981~2011년 평균보다 무려 1.52도나 높았다. 그래서 몇 도냐고? 24.9도다. 이건 평균이다. 플로리다의 매너티베이의 해수면 온도는 38.4도에 달했다. 나는 이렇게 뜨거운 물에는 몸을 담글 엄두도 내지 못한다. 그렇다면 거기에 살고 있던 생명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리고 거기서 생활을 해야 하는 어부들은?
유럽인들이 케르베로스 폭염이니 카론 폭염이니 하는 게 호들갑이 아니다. 지중해는 평년보다 4도 이상 높고 심지어 일부 지역은 30도를 넘는 이상 고온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대서양만 그런 게 아니다. 전 세계 바다가 예년보다 0.8도 이상 높다. 0.8도를 우습게 보면 안 된다. 엘니뇨의 영향이라고 한다. 맞다. 그런데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게 있다. 본격적인 엘니뇨는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엘니뇨는 가을과 겨울로 가면서 그 영향이 커진다.
올해 초등학교 1학년은 2016년에 태어났다. 이들은 2022년까지 7년을 살다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그런데 그 7년은 기후를 측정한 이후 가장 더운 7년이었다. 어쩌면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한 후 가장 더운 7년일지도 모른다. 불쌍한 친구들이다. 혹시 길을 가다가 초등학교 1학년을 만난다면 꼭 껴안아주면서 위로하자.
그런데 문득 다른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가장 더운 7년이었지만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어쩌면 가장 시원한 7년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2015년 생인 초등학교 2학년이 살았던 8년으로 범위를 확장해보니 그 8년은 기후 측정 이후 가장 더운 8년이었다. 그렇다. 그들은 한 해 한 해를 살아가면서 점점 더 뜨거운 세계를 경험할 것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덥다 덥다 하지 말고 시원하다고 생각하자. 실제로 우리 인생에서 올해가 가장 시원한 여름일 수도 있다. 우리가 언제 또 이렇게 시원한 여름을 즐길 수 있겠는가? 그러니 지금 이 시원함을 즐기자.
이정모 전 국립과천과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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