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장택동]“‘50억 클럽 특검’ 제기되자 망치로 휴대전화 부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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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수사의 출발점이 뭐냐. 바로 '휴대전화를 찾으라'는 거다." 2017년 3월 당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던 박영수 특별검사가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25년간 검사로 일한 박 전 특검은 휴대전화가 '물증의 보고(寶庫)'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세월이 흘러 '50억 클럽' 의혹 사건의 피의자로 처지가 바뀐 박 전 특검에게는 자신의 휴대전화가 큰 골칫거리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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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휴대전화는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존재가 됐다. 스마트폰에 내장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은 내가 언제 어디에 있었는지를 정확하게 기록한다. 누구와 얼마나 자주 통화했는지, 문자메시지나 소셜미디어(SNS)로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뭘 검색하고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도 휴대전화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렇다 보니 휴대전화 분석이 수사의 핵심 과정이 됐다. 경찰이 휴대전화를 증거 분석한 건수가 2011년 3300여 건에서 2021년에는 5만8000여 건으로 폭증했을 정도다.
▷이를 잘 알고 있는 검사 출신들이 자신이 수사 대상이 됐을 때 휴대전화를 빼앗기지 않으려 한 사례는 많다.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은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기 전 휴대전화를 바꿨다. ‘라임 전주’ 김봉현 씨에게 술접대를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던 검사와 검찰 출신 변호사도 압수수색 전 휴대전화를 교체했다. 2020년에는 당시 수사 대상에 오른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를 압수하는 과정에서 수사 검사와 한 검사장 간에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검찰이 최근 대장동 업자들에게 200억 원을 약속받은 혐의 등으로 박 전 특검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서 그가 올해 ‘2월 16일경’ 망치로 휴대전화를 부쉈다는 내용을 적시했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당시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본격적으로 “50억 클럽 특검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 날이다. 강이나 바다에 던진 것도 아니고 망치로 부쉈다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망치 훼손’이 사실이라면 박 전 특검이 다급하게 움직인 걸로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휴대전화를 압수당해 본 사람들은 ‘영혼을 털린 것’이라고 말한다. 법원은 휴대전화 압수수색영장에 검색어와 검색 대상 기간을 적도록 해 남용을 막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검찰이 반대하고 있다. 수사 방식을 속속들이 알고 있어 검사 출신들이 휴대전화 압수에 더 민감해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증거 인멸은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방해한다. 특검을 지낸 고위직 출신 법조인까지 망치로 휴대전화를 폐기했다는 영장 내용에 황당해하는 일반인이 많을 것 같다.
장택동 논설위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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