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황규인]독자 메일에 대처하는 스포츠 기자의 자세

황규인 스포츠부 차장 2023. 8. 2.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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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어느 날이었다.

원래 중학생이 보내는 메일은 스포츠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궁금한 걸 물어보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e스포츠 기자가 이제 그 메일을 받지 않을까.

예를 들어 한 독자가 '경기는 보고 기사를 쓰는 거냐'고 꾸짖을 때 다른 독자는 '맨날 스포츠 경기나 보면서 사는 팔자 좋은 인간'이라고 메일을 보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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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인 스포츠부 차장
“제가 ‘제2의 박태환’인데 인터뷰 기사 써주실 수 있나요?”

2014년 어느 날이었다. 중학교 1학년 학생이 이렇게 메일을 보냈다. 메일에는 자기주장을 증빙하는 각종 기록도 붙어 있었다. ‘한번 만나볼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기록이 자세했다. 다만 당시 수영 담당이 아니었던 데다 수영 담당 기자가 “자칭 ‘제2의 박태환’이 지금 한둘이 아니다”라고 하는 바람에 결국 기사를 쓰지는 못했다.

이 메일 주인공 이호준(23·대구시청)은 지난달 25일 열린 2023 후쿠오카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 결선에서 6위를 차지했다. ‘제2의 박태환’이라는 타이틀은 황선우(20·강원도청)에게 넘어간 지 오래고, 이번 대회 때도 동메달을 목에 건 황선우가 스포트라이트를 더 받은 것도 사실이지만, 이제라도 “그런 메일을 보낼 정도로 당찬 친구라면 잘될 줄 알았다”고 공개 답장을 보낸다.

원래 중학생이 보내는 메일은 스포츠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궁금한 걸 물어보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요즘 같은 방학 때 이런 메일이 많았다. 아마 ‘나중에 커서 하고 싶은 직업에 대해 알아보라’는 방학 숙제 때문이었을 거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이런 메일을 받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e스포츠 기자가 이제 그 메일을 받지 않을까.

거꾸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스포츠 섹션 댓글을 없앤 뒤로 기사 내용에 불만을 표시하는 메일은 늘었다. 얼마 전에도 ‘프로야구 LG는 득점에 손해가 될 정도로 도루를 너무 많이 한다’고 기사를 썼다가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는 메일을 받았다. 비판을 위해 비판한 게 맞다. 아니, 그럼 세상에 ‘칭찬을 위한 비판’도 있단 말인가.

사실 요즘에는 ‘비판을 위한 칭찬’은 있다. 예전에는 기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제목부터 욕설로 보냈다. 이제는 메일 제목은 ‘기사 최고네요’ 같은 칭찬인데 열어 보면 ‘설렜냐? 이 기자 ×× 어쩌고저쩌고’로 가득 찬 경우가 늘었다. 인정한다. 욕설 수위 때문에 공개할 수는 없지만 프로배구 쌍둥이 선수 이재영, 다영(27) 학교폭력 사태 때 받은 메일은 ‘이런 제목 낚시는 좀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구성이 뛰어났다.

문제는 독자들 생각도 전부 다르다 보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나?’ 고민할 때가 적지 않다는 거다. 예를 들어 한 독자가 ‘경기는 보고 기사를 쓰는 거냐’고 꾸짖을 때 다른 독자는 ‘맨날 스포츠 경기나 보면서 사는 팔자 좋은 인간’이라고 메일을 보내기도 한다. 스포츠 기자 현실은 주말 새벽에 일어나 경기를 보면서 ‘내팔내꼰’(내 팔자 내가 꼰 것)이라고 되뇌는 것에 가깝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고? ‘독자 메일은 언제든 환영’이라는 거다. ‘무플보다 악플’이라고 하지 않나. 또 신문 칼럼이라고 꼭 ‘제발 좀 잘하자’로 끝내야 한다는 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 문단 끝에 메일 주소가 있다. 세상에 전하고 싶으신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이든 일단 보내보시라. 특히 ‘제2의 ○○○’을 자처하는 스포츠 유망주 여러분의 인터뷰 요청은 늘 대환영이다.

황규인 스포츠부 차장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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