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교육청이 신고 권장"…주호민, '남탓' 있고 '사과' 없는 입장문[초점S]

장진리 기자 2023. 8. 2.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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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호민. 출처| 유튜브 채널 \'푸하하TV\' 캡처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자신의 자폐 아들을 가르친 특수교사를 아동 학대 혐의로 신고한 인기 웹툰 작가 주호민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특수교사 처벌을 바라지 않았고, 잘못은 반성하고 사과하겠다고 했지만 자신의 유리한 입장은 부풀리고, 불리한 점은 감췄다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어 계속될 후폭풍이 예상된다.

주호민은 2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를 통해 "저희 가족에 관한 보도들로 인해 많은 분들께 혼란과 피로감을 드렸다. 깊은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라고 장문을 썼다.

주호민은 자신의 아들이 다니던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특수교사가 자신의 아들을 학대했다며 지난해 경찰에 고소한 사실이 최근 알려졌다. 검찰은 특수교사를 기소했고, 사건은 수원지방법원 형사9단독(곽용헌 부장판사)로 넘어가 아동 학대 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해당 사실이 알려진 후 주호민을 향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주호민이 "학교 차원의 해결을 바랐다"면서도 특수교사에게 면담, 사과는 요구하지 않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한 점, 법정에서 특수교사의 엄벌을 탄원한 점 등이 알려지며 부모의 '갑질 민원'을 자행했다는 비난 여론이 봇물처럼 터졌다.

입을 꾹 다물고 있던 주호민은 길게 쓴 2차 입장문을 통해 구구절절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계속 쏟아지는 보도와 여러 말들에 대한 저희 생각과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기 전 우선 상대 선생님을 직접 뵙고 말씀을 나누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해 8월 1일 만남을 청했다. 대리인께서는 지금 만나는 것보다는 우선 저희의 입장을 공개해 주면 내용을 확인한 후 만남을 결정하겠다고 하셨다"라며 "깊은 고민과 여전한 두려움을 안고 조심스럽게 저희의 입장을 밝힌다"라며 특수교사와 만나기 위해 자신들의 입장을 먼저 밝히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주호민의 아들은 발달장애가 있고 인지, 언어 능력이 5세 수준이다. 한 해 늦게 입학을 해 3학년이지만 4학년 나이인 11살이다. 여학생 앞에서 바지를 내려 성기를 노출하고, 아동 학대로 특수교사를 신고한 일 모두 2학년인 10살 당시의 일이다.

주호민은 이번 글을 통해 학폭위까지 소환된 아이의 성폭력 가해, 성교육 강사 요구, 녹음기를 넣은 경위, 녹음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 5명의 변호사 상담의 진실 여부, 분리 요구 대신 고소를 택한 이유, 두 번째 녹음을 하게 된 과정, 고소 이후 상황, 재판 상황에 대해서 상세히 자신들의 입장을 서술했다.

자신의 아이가 바지를 내리는 행동을 한 이후, 아이를 가르칠 성교육 강사를 입맛대로 요구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아이의 엄마가 SNS에서 활동하시는 분을 찾아 추천해 드렸고 고맙다고 하셨다. 이후 섭외는 학교에서 진행했다"라며 "엄마의 입장에서 아이가 분리조치를 빨리 끝내고 복귀했으면 하는 조급함에서 한 일이지만 특정 강사 요구나 교체 요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추천'이라는 행위 자체도 누군가에게는 '요구'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일임을 주호민은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다.

특히 주호민이 특수교사를 경찰에 신고한 사실이 알려진 후 특수교사에게 먼저 면담이나 사과를 요청하지 않고, 곧바로 법의 힘을 빌렸다는 점에서 여론의 공분이 쏠렸다.

이에 대해 주호민은 "모두 뼈아프게 후회한다. 지나고 나면 보이는 일들이 오직 아이의 안정만 생각하며 서 있던 사건의 복판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녹음을 듣고 큰 충격을 받은 상태에서 그것이 비단 그날 하루 만의 일일까, 아이가 지속적으로 이런 상황에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혼란에 빠졌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특수교사 분리조치, 교사 교체 등을 원했으나 교육청, 학교가 모두 교사 교체는 신고를 통해야 가능하다고 안내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호소했다.

이어 주호민은 "그날의 녹음 속에는 저희 아이 외에 다른 아이를 향한 감정적 비난의 말도 담겨있었지만 녹취를 3자에게 공개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말도 들었고, 이를 공개하면서 무언가를 하면 학부모들이 교사를 몰아내는 모양이 될 것 같고, 저희는 그런 걸 원한 게 아니었다"라고 해당 녹취에는 자신의 아들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에 대한 학대 정황이 담겨 있다는 식의 언급까지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특수교사와 부부의 갈등 속 굳이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정보까지 공개하며 특수교사에게 더 큰 잘못이 있다는 듯한 뉘앙스를 주고 있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특수교사 신고 후 녹음기를 또 들려보냈다가 적발된 일이 있었던 것에 대해서도 "학교의 구성원들이 저희를 호의적으로 볼 수 없는 상황인지라 아이를 둘러싼 환경이 어떨지 두려움이 컸다"라고 변명하며 "숙고하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부끄럽고 어리석은 선택을 했다.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충동적인 단 한 번의 행동이었고 아이 엄마 스스로도 끔찍하게 느껴 바로 폐기했다. 담임선생님과 활동 지원사님께 사죄드리며 다시 이런 일이 없을 것임을 약속했다. 치러야 할 대가가 있다면 언제까지든 치르겠다"라고 읍소했다.

▲ 주호민. ⓒ곽혜미 기자

주호민이 입장문을 발표한 후 설왕설래가 계속되는 중이다. 해당 입장문이 너무나도 자기모순적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주호민은 2차 입장문을 통해 "선생님이 처벌받고 직위해제되기를 바랐던 건 아니다. 당시에는 어리석게도 막연히 이렇게 고소를 하게 되면 중재가 이뤄지고 문제가 해결될 거라 믿었다"라면서도 입장문 내내 특수교사에 대한 원망이 뒤섞여 있다.

게다가 "학교에 신고를 해도 수사기관에 바로 넘기는 시스템이어서 학교가 학부모에게 신고를 권한 상황이니 고소를 하게 되었고, 고소를 한다고 해서 바로 직위해제가 되는 게 아니고 혐의가 인정되어 기소로 결정이 되면 가능하다고 들었다", "당시의 상황으로 돌아가 얘기하자면 저희는 학교가 신고를 권해 아이를 학대한다고 생각한 교사를 고소했고, 교사의 행위는 학대의 혐의로 기소가 되었다"라고 자신들의 선택 문제를 학교에 돌리고 있는 것.

또한 주호민은 "저희가 신고한 사건 또한 검찰의 기소가 문제였다면 현행법상 아동학대 행위에 대한 구성요건이 입법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학대 의심이 든 교사에게서 아이를 분리시키고자 했을 때 저희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하나였다. 학교에서는 신고 조치를 해야 분리가 가능하다며 신고를 하라고 했고, 먼저 문의했던 교육청에도 같은 말을 했다. 그래서 신고를 선택했다"라며 "신고를 권장하도록 설계된 제도 속에서 이를 이용하는 선택을 하게 된 것"이라고 특수교사 신고를 '권장'하는 '시스템'이 문제라고까지 지적하고 나섰다.

게다가 "타인의 '밥줄'을 자르는 칼을 너무 쉽게 휘둘렀다는 비난을 많이 보았다. 지금에야 너무나 가슴 아프게 받아들인다. 이 제도를 이용할 때 저는 미처 거기까지 깊게 생각하지 못했다. 모두가 제 부덕의 소치임은 분명하다"라며 "하지만 그것이 가져올 결과까지를 고려했다면 하지 않았을 선택이지만, 시행되는 제도가 그러한 결과를 만들 것까지를 고려한 바탕에서 설계되었다면 이런 일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작은 원망이 있다"라고 시스템과 제도의 결함이 자신들의 논란을 여기까지 키웠다는 원망도 내놨다.

주호민의 아내가 법정에서 해당 특수교사의 엄벌을 탄원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여론의 공분이 컸다.

이에 대해 주호민은 "진심 어린 사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특수교사는 사과보다는 행위를 인정하지 않는 쪽을 선택하신 걸로 보였다. 사과가 곧 유죄의 증거가 될 수도 있으니 섣불리 사과하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아이의 엄마는 상대 교사께 사과의 의사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처벌을 원하냐는 물음에 잠시 망설이다 '네'라고 답한 것"이라고 했다. 앞서 "처벌을 원치 않았다"는 말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저희는 늘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할 때마다 진심으로 사과해 왔고, 장애아동이니까 피해 주는 걸 당연시 여기는 것처럼 보일까봐 조심하면서 살았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자신들은 지금껏 사과해왔으나 특수교사는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스도 있는 내용이다. 이어 "아내와 상의해 상대 선생에 대해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려고 한다"라며 "여기까지 와버렸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라도 가능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주호민은 특수교사가 아동 학대를 저질렀다는 생각에 대해서는 변함없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그는 "교사로서 장애 아이에게 잘못된 행동을 한 과오가 있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해도 이것이 선생님의 모든 커리어를 부정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물론 이 견해로 인해 저희는 수많은 비난을 더 받을 수도 있다. 저희가 잘못한 점에 대해서는 사과하고 반성하며 살겠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 아이와 관련된 교사의 행위에 책임을 물으려는 것이지, 모든 특수교사들의 권리와 헌신을 폄하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라고 특수교사 전체를 싸잡아 욕보이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고도 호소했다.

논란에 피로감을 느꼈을 대중과 같은 학교 학부모, 이 사태에 충격을 받았을 다른 특수교사에 대한 사과는 있지만 정작 법정에 선 특수교사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는 점도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주호민을 둘러싼 시끌벅적한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가운데, 이 사태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이목이 집중된다.

▲ 주호민. 출처|주호민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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