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 뇌물 혐의’ 현직 경무관 영장 기각…“객관적 증거 부족”

수사 관련 민원 해결을 대가로 수억 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서울경찰청 소속 김모 경무관에 대해 공수처가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됐습니다.

서울중앙지법 윤재남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오늘(2일)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이 부족하다"며 김 경무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습니다.

재판부는 먼저 "피의자가 A 씨로부터 고액의 경제적 이익을 수령한 사실은 인정되고, A 씨는 형사사건 등의 분쟁에서 피의자로부터 도움받을 것을 기대하고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또 "고위 간부인 피의자가 향후 사건을 담당할 경찰관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도 상당 부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현 단계에서 피의자가 수령한 경제적 이익과 다른 공무원의 직무 사항에 관한 알선 사이의 관련성이 명확하지 않다"며 "피의자가 구체적인 사건에서 알선 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할 객관적인 증거도 부족하다고 보이는 점을 고려하면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나아가 "피의자의 주거가 일정하며 직업 및 가족관계 등에 비추어 도망할 염려도 낮다고 보이므로,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경무관은 오늘 오전 구속영장심사에 출석하면서 뇌물 수수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고 법정으로 향했습니다.

앞서 김 경무관은 지난해 6월 이상영 대우산업개발 회장에게서 경찰 수사 무마 대가로 3억 원을 약속받고 이 중 1억 2천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습니다.

김 경무관은 다른 기업 관계자 A 씨에게서 수사 관련 민원 해결 대가로 수억 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도 함께 받습니다.

공수처는 뇌물 수수액이 크고 증거인멸 우려 등이 있다며 A 씨 사건과 관련해 지난달 31일 김 경무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김 경무관은 지난달 28일 첫 피의자 신분 조사에서 혐의 대부분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공수처는 김 경무관의 신병을 확보하고 보강 수사를 이어간다는 계획이었지만,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당초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공수처는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검토한 뒤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사건은 공수처 출범 후 자체적으로 범죄 첩보를 인지하고 수사 전환한 첫 사건입니다.

공수처가 피의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으로 기소된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당시 손준성 부장에 대한 두 차례의 영장 청구도 모두 기각됐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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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다예 기자 (allyes@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