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뇌물 혐의' 현직 경무관, 구속영장 기각

(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 수사 무마를 대가로 억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김모 경무관이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3.8.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수억원대 뇌물수수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수사를 받던 현직 경무관급 경찰 고위간부가 구속을 면했다.

서울중앙지법 윤재남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를 받는 서울경찰청 소속 김모 경무관에 대해 2일 공수처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윤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김모씨로부터 고액의 경제적 이익을 수령한 사실은 인정되고, 김모씨는 향후 형사사건 등의 분쟁에서 피의자로부터 도움받을 것을 기대하고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고위 간부인 피의자가 향후 사건을 담당할 경찰관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도 상당 부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러나 피의자가 타인 명의로 이루어진 거래와 관련된 뇌물수수 사실을 다투고 있는 점, 현 단계로서 피의자가 수령한 경제적 이익과 다른 공무원의 직무 사항에 관한 알선 사이의 관련성이 명확하지 않고 피의자가 구체적인 사건에서 알선 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객관적인 증거도 부족하다고 보이는 점을 고려하면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윤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주거가 일정하며 직업 및 가족관계 등에 비추어 도망할 염려도 낮다고 보이므로,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김 경무관은 한 중소기업 관계자로부터 수사무마와 민원해결 등을 대가로 뇌물 수억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31일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공수처는 김 경무관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다 금품수수 정황을 포착했다.

김 경무관은 지난달 28일 첫 피의자 조사에서 뇌물 혐의 2건을 모두 부인했다. 그는 이날 오전 10시18분쯤 구속영장 실질심사 법원에 출석하면서 '수사 무마 대가로 뇌물을 받은 게 맞냐', '대우산업개발에서 청탁 받은 적 있냐', '오늘 어떻게 소명할 것인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경찰은 올해 2월24일 김 경무관을 대기발령 조처했다.

성시호 기자 shsung@mt.co.kr 박다영 기자 allzero@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