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억대 뇌물’ 의혹 경무관 구속영장 기각
법원이 수억원대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고위 경찰 간부(경무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2021년 출범 이후 이번 경무관 뇌물수수 사건까지 총 세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 모두 기각된 것이다.
윤재남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는 2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를 받는 김모 경무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뒤 “김 경무관의 주거가 일정하며 직업 및 가족관계 등에 비춰 도망할 염려가 낮아 보이므로 현재 단계에서 김 경무관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된다”며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윤 부장판사는 김 경무관이 고액의 경제적 이익을 받은 사실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뇌물을 건넨 사람은 향후 형사사건 등 분쟁에서 김 경무관한테 도움받을 것을 기대하고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으며, 고위 간부인 김 경무관이 향후 사건을 담당할 경찰관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도 상당 부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김 경무관이 타인 명의로 이뤄진 거래 관련 뇌물수수 사실을 다투고 있는 점, 구체적 사건에서 알선 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객관적 증거도 부족하다고 보이는 점을 고려하면 김 경무관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알선뇌물수수죄가 성립하려면 뇌물수수의 명목이 그 사항의 알선에 관련된 것임이 구체적으로 나타나야 하는데 현 단계로서는 피의자가 수령한 경제적 이익과 다른 공무원의 직무 사항에 관한 알선 사이의 관련성이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는 김 경무관이 수사 민원을 해결해주는 대가로 중소기업 관계자 A씨에게서 수억원대을 받았다고 보고 지난달 31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공수처는 김 경무관이 친오빠 등을 동원해 A씨로부터 뇌물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 경무관은 친오빠가 지인에게서 투자 명목으로 받은 돈이지 A씨가 제공한 뇌물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공수처는 김 경무관의 신병을 확보한 뒤 이상영 전 대우산업개발 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도 수사할 방침이었으나 이날 김 경무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돼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공수처는 김 경무관이 이 전 회장으로부터 3억원을 받기로 약속했으며, 이 가운데 1억2000만원을 실수령했다고 본다.
공수처의 수사력도 다시 도마에 오르게 됐다. 공수처 출범 이후 청구한 구속영장 3건이 모두 기각됐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2021년 10월 무렵 ‘고발 사주 의혹’을 받는 손준성 검사를 상대로 두 차례에 걸쳐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공수처는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면밀히 검토한 뒤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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