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뇌물수수' 현직 경무관 구속 면해…법원 "도망 염려 낮아"

"알선 행위 인정할 증거 부족…방어권 보장 필요"
공수처 "기각사유 검토 후 영장 재청구 여부 결정"

수사 무마를 대가로 억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김모 경무관이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3.8.2/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수사 무마를 대가로 수억원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서울경찰청 소속 경무관이 구속을 면했다.

윤재남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일 오전 10시30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를 받는 김모 경무관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이날 오후 10시38분쯤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윤 부장판사는 "피의자 주거가 일정하고 직업, 가족관계 등에 비춰 도망할 염려도 낮다고 보이므로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할 필요성과 상당성이 부족하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의자가 타인 명의로 이뤄진 거래와 관련된 뇌물수수 사실을 다투고 있다"며 "알선뇌물수수죄가 성립하려면 알선할 사항이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뇌물수수의 명목이 그 사항의 알선에 관련된 것임이 구체적으로 나타나야 하는데, 현 단계로서는 피의자가 수령한 경제적 이익과 다른 공무원의 직무 사항에 관한 알선 사이의 관련성이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

이어 "피의자가 구체적인 사건에서 알선 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객관적인 증거도 부족하다고 보이는 점까지 고려하면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김 경무관이 뇌물을 받은 사실은 있다고 봤다. 윤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A씨로부터 고액의 경제적 이익을 수령한 사실은 인정되고 A씨는 향후 형사사건 등의 분쟁에서 피의자로부터 도움받을 것을 기대하고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며 "고위 간부인 피의자가 향후 사건을 담당할 경찰관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도 상당 부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공수처는 법원의 김 경무관 구속영장 기각 후 입장을 내고 "기각 사유를 면밀히 검토한 뒤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김 경무관은 수사 무마를 대가로 중소기업에서 수억 원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공수처는 뇌물 액수가 큰 데다 김 경무관이 혐의를 부인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신병확보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경무관은 이상영 대우산업개발 회장에게서 수사 무마를 청탁받고 3억원을 받기로 약속한 다음 그중 1억2000만원을 실제 수수한 혐의도 있다. 다만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대우산업개발 관련 혐의는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 경무관은 이날 오전 법원에 출석하며 "뇌물 받은 것이 맞냐" "대우산업개발에서 청탁받았냐" 등의 질문에 아무 말 없이 법정으로 향했다.

par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