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권8 "재미 하나는 보장, 초보자에겐 가혹한 야생"
"초보를 위한 철권? 그런 건 존재하지 않아. 재미를 느끼려면 많이 맞아야 한다"
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 신작 격투 게임 '철권8' 클로즈 네트워크 테스트(이하 CNT)가 펼쳐진 일주일 동안 정신 없이 즐겼다. 철권8은 2023 플레이엑스포에서 시연으로 잠깐 체험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손에 익지 않은 장비로 하다보니 상대에게 두들겨 맞기만 했다.
기자의 현재 철권 실력은 노랑단 정도다. 철권5~6는 오락실에서 살 정도로 정말 열심히 했다. 철권과 멀어진 지도 오랜 시간이 지났다. 무릎, 아빠킹 등 수년 동안 철권 방송을 꾸준히 시청해서 각종 개념과 콤보는 머릿속에 남아있지만 역시나 손은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래도 하라다 카츠히로 프로듀서가 지난 플레이엑스포 인터뷰에서 철권8은 신규 유저가 보다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만드는 중이라 했으니 자신 있게 CNT에 입장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철권8은 정말 재밌다. CNT가 끝나고 철권7을 즐기니까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로 여운이 남았다. 다만 초보자에게는 험난한 정글이다. 일방적으로 맞을 때도, 일방적으로 때릴 때도 많았다. 평소 철권과 다르지 않다. 다들 "격투 게임은 맞으면서 실력을 쌓는 법이야"라고 말한다. 기자도 철권 태그 토너먼트 당시 그랬지만 신규 유저에게 너무나도 가혹한 말이다. 실력이 늘기는 커녕 마음만 아프다. 이를 조금이나마 방지하기 위해선 대결 전에 여러 개념을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
다행히 철권7보다 초보자 배려 시스템 구색은 갖췄다. 게임을 시작하면 튜토리얼로 여러 미션을 제시한다. 초보자들이 조금이나마 개념을 익히고 대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노력이 엿보였다. 다만 튜토리얼 하나로 수많은 개념을 알려주니까 튜토리얼 이후 실력 체크 AI와의 대전을 진행할 땐 제대로 기억나는 게 없다.
게다가 실력 체크 AI의 퀄리티도 그리 좋지 않았다. "어떻게 실력을 검증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았다. AI와 함께 베테랑들은 스킵할 수 있고 초보자에게는 보다 순차적으로 알려주는 튜토리얼 구조로 개선되면 더 좋겠다.
다행히 튜토리얼의 아쉬운 구성은 매칭 시간 동안 진행할 수 있는 연습 모드에서 일부 해소됐다. 추천 콤보를 알려주고 특정 상황을 조성해 주니까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틈틈이 개념을 익힐 수 있었다.
철권8 커맨드 조작 난이도는 철권7보다 낮았다. 철권7에서는 "이게 안 되네"라고 느꼈던 조작이 철권8에서는 "이게 된다고"라고 놀랄 정도로 편해졌다. 기분 탓일 수도 있지만 초풍신, 초스카이로 실험하니까 커맨드 미스가 확실히 줄었다. 새롭게 추가된 토네이도 시스템도 철권7 스크류보다 콤보 연계가 훨씬 용이했다.
연습 모드에서 개념을 익히고 실전에 돌입했다. 두 판만에 "과연 잘 적응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철권8이 철권7에서 시스템적으로 드라마틱하게 달라진 건 없다. 다만 메커니즘과 방식에서는 큰 차이가 있다.
철권7은 수비 위주의 심리전과 견제 플레이만으로는 대결이 쉽게 끝나지 않았는데 철권8은 완전히 반대다. 여기서 적응하기가 꽤 어려웠다. 어설프게 철권 지식을 보유하고 철권7 경험이 조금이나마 있으니까 발생한 문제일 수도 있다. 괜히 편협한 지식을 기반으로 질러보다가 더 얻어터졌다.
철권8은 게임 템포가 빠르고 기본 기술 대미지가 매우 높다. 게임 내내 "이 기술이 이렇게 강하다고"라며 수시로 놀랐다. 붕권 2~3번으로 게임의 승부가 결정되는 철권3 수준까진 아니지만 비슷하게 연출될 정도다. 대미지뿐 아니라 반격하기 까다로운 기본기가 수두룩했다.
이로 인해 각 캐릭터마다 하나의 기술만으로 승리하는 게임이 많았다. 카즈야의 3AKLPRP가 대표적이다. 중단 판정 연속 기술이지만 마지막 타격은 가드 대미지를 준다. 5타를 전부 맞으면 억 소리가 나올 만큼 큰 대미지를 입는다. 타격 속도도 빠르고 3타에서 끊을 수 있으니까 딜레이 캐치로 반격하기도 어렵다.
눈에 조금씩 보이기 시작할 땐 파워 크래시로 버티거나 선제 공격으로 프레임 싸움을 유리하게 이끌어 대응했다. 상대는 이를 눈치 채고 엇박자로 사용하거나 나락 쓸기로 새로운 고통을 선사했다. 이렇게 대응하기 어려운 기술들이 캐릭터마다 하나 정도씩 있어 기자도 점점 타락해 같은 기술만 반복 사용했다.
철권8 전반적인 난도를 높인 요소는 히트 시스템이다. 히트 시스템은 새로운 재미이자 새로운 진입장벽인 양날의 검이다. 히트를 발동하면 공격을 유리하게 펼칠 수 있다. 특정 기술의 대미지와 판정이 상향되고 콤보 루트가 다양해 지니까 히트를 발동했을 때의 재미는 쏠쏠했다.
같은 기술이라도 히트 발동 여부에 따라 판정이 달라지니까 머리가 아팠다. 내가 히트를 발동했을 때의 판정, 상대가 히트를 발동했을 때의 판정을 모두 익혀야 한다. 철권8에 익숙하지 않으니까 히트와 기본 상태일 때의 판정이 헷갈려 실수도 많았다.
여기에 수시로 전환되는 카메라 시스템은 더욱더 정신 없게 만들었다. 처음에는 다각도로 전환되는 카메라를 보며 감탄했는데 시간이 흐르니까 오히려 거슬렸다. 카메라 전환으로 캐릭터가 보이지 않거나 시점이 달라져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등 여러 문제를 겪었다.
공격적인 플레이가 유리한 것은 좋게 평가하지만 한편으론 진입장벽으로 다가왔다. 철권8에서는 가드 대미지를 주는 기술이 많고 공격을 받지 않으면 일정 HP가 회복되니까 최대한 공격을 해야 한다. 덕분에 매칭이 잡힌 상대마다 무서울 정도로 달려들었다.
이로 인해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아닌 무작정 아무 거나 누르는 상황이 많았다. 초보자들에게서는 이 모습이 더 자주 비쳤다. 템포가 빠르니까 주고받는 것보다 일단 주고 보자는 심리가 훤히 보였다.
보통 초보자의 경우 "기본 콤보를 성공해 보겠다"는 마음으로 대결을 시작한다. 침착하게 기회를 잡아 콤보를 달성했을 때의 쾌감은 정말 짜릿하다. 하지만 철권8은 그 시간을 여유롭게 주지 않는다. "알아서 잘 적응해"라고 외치는 느낌이다.
이렇게 공격적인 구도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콤보보다 이지선다 심리전을 잘 이용해야 했다. 상, 중, 하단 공격이 다양해져서 공격자가 한 번 흐름을 잡으면 순식간에 HP를 소모시킨다. 반대로 수비 입장에선 다시 공격권을 가져오기가 어렵다. 앞서 말했듯이 기본기 몇 번만 허용해도 게임이 끝나기 때문이다.
그나마 딜레이 캐치, 콤보 방식에 대대적인 변화가 있으니까 고인물들도 더러 실수했다. 기술 하나만 타이밍을 맞춰 잘 쓰니까 간혹 벽이 느껴진다는 유저를 만나도 1~2세트 정도는 이기기도 했다. 5대 맞으면 1대 때리는 수준이랄까. 당연히 최종 결과는 패배다.
가장 많이 즐긴 아스카 카자마로는 36승 55패를 기록했다. 보통 2~3개의 캐릭터만 붙잡고 즐기는 편이라 철권8에서는 아스카 카자마, 화랑을 잘하고 싶었지만 처참하다. 화랑은 예전부터 워너비였지만 플레이 성향 탓인지 실력이 늘지 않아 매번 다른 사람들의 플레이만 보고 감탄만 했다. 이번에도 가까워질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물론 CNT가 철권8을 입문할 최적의 타이밍이었을 수도 있다. CNT 정보로 각종 연구가 진행될 테니까 진입장벽은 점점 더 높아질 전망이다.
최적화는 제대로 분석하지 않아 모르겠다. 네트워크 환경에 따라 발생하는 렉 현상은 철권7에서도 있었다. 크로스 플레이 등등 공지된 것들이 많았는데 테스트할 땐 맞고 때리는 것에만 집중하기 바빠서 인지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철권8이라고 특별히 불편하게 느껴진 것은 없었으니 괜찮은 것이 아닐까. 전작과의 최적화 비교는 정식 버전에서 분석해 볼 계획이다.
비록 패배가 많았지만 철권8 자체는 만족스러웠다. CNT를 즐기고 철권7을 하니 밋밋하게 느껴졌다. 앞서 여러 문제를 거론했지만 플레이 시간이 누적되면 해결될 만한 문제들이다.
다만 "초보자가 서비스 중간에 입문해도 괜찮을까"라고 묻는다면 적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답할 수밖에 없다. 거듭 말하지만 철권8이 아무리 재밌어도 초보자들을 위한 낙원은 아니다.
다행히 개발사도 이를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식 버전에서는 다양한 시스템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7년 만에 출시되는 철권 신작인 만큼 초보자들도 언제든 쉽게 입문할 수 있는 게임으로 출시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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