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뇌물 혐의’ 현직 경무관 구속 영장 기각
“공수처 수사력 한계” 지적 나와
수억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 영장이 청구된 서울경찰청 소속 A경무관의 영장이 2일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윤재남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A경무관의 영장을 기각하면서 “피의자가 고액의 경제적 이익을 얻은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알선 행위라고 인정할만한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금품 수수의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A경무관은 2020년부터 최근까지 한 중소기업 관계자로부터 수사 관련 민원 청탁을 받고 수억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2부(부장 김선규)·수사3부(부장 송창진)는 지난달 31일 A 경무관에 대해 뇌물 수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공수처는 A경무관이 가족 등을 동원해 현금과 법인카드 등 수억원대 뇌물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법원은 A경무관이 고액의 경제적 이익을 얻은 사실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윤 부장판사는 “뇌물을 건넨 사람은 향후 형사사건 등 분쟁에서 A경무관에게 도움받을 것을 기대하고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으며, 고위 간부인 A경무관이 향후 사건을 담당할 경찰관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도 상당 부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알선 행위를 했다고 인정할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윤 부장판사는 “알선뇌물수수죄가 성립하려면 뇌물수수의 명목이 그 사항의 알선에 관련된 것임이 구체적으로 나타나야 하는데, 현 단계로서는 피의자가 수령한 경제적 이익과 다른 공무원의 직무 사항에 관한 알선 사이의 관련성이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 알선뇌물수수죄가 성립하려면, 공무원이 그 지위를 이용해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대한 알선을 대가로 뇌물을 수수한 경우에 해당해야 한다. 법원은 A경무관이 받은 뇌물이 수사 무마의 대가성인지 여부가 불분명하다고 본 것이다.
윤 부장판사는 또 “피의자의 주거가 일정하며 직업 및 가족관계 등에 비추어 도망할 염려도 낮다고 보인다”며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A 경무관에 대해 공수처가 청구한 구속 영장도 기각되면서 공수처가 수사력의 한계에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수처는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 견제’를 내걸고 2021년 1월 출범한 이후 이번 경무관 뇌물수수 사건까지 총 세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 모두 기각됐다. 2년 동안 기소한 사건도 단 3건에 그친다. 공수처 관계자는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면밀히 검토한 뒤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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