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질한 세포가 우리를 살렸네요”...70년만에 보상 받게 된 사연

이효석 기자(thehyo@mk.co.kr) 2023. 8. 2.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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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채취 후 복제돼 연구 활용
소아마비백신 개발 등에 기여
70여년 전 세포를 무단 채취당해 본인도 모르게 인류 의학사에 기여하게 된 미국 흑인 여성이 마침내 보상받을 수 있게 됐다.

1일 영국 BBC방송이 ‘불멸의 세포’의 주인공 헨리에타 랙스의 유족과 매사추세츠주 기반 바이오 기업 써모피셔사이언티픽이 전날 합의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 거주하던 랙스(당시 31세)는 1951년 복부 통증과 이상 출혈로 존스홉킨스 병원을 찾았다가 세포를 도둑맞았다. 당시 산부인과 의사들은 랙스의 자궁경부에서 커다란 종양을 발견한 뒤, 환자에게 알리거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암세포 샘플을 연구실로 보냈다. 랙스의 세포는 여타 세포들과 달리 실험실에서 무한 증식했고, 죽지 않는 ‘불멸의 세포’로 불리며 전 세계 연구실에 퍼져나갔다.

이후 이 세포는 ‘헬라’(HeLa)라는 이름이 붙어 소아마비 백신 개발과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암, 불임 연구 등에 활용돼 수많은 업적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랙스의 유족은 그의 사망 수십 년 뒤에야 진상을 알게 됐고, 써모피셔가 랙스의 세포로 부당하게 이익을 챙겼다며 2021년 소송을 제기했다.

WHO는 2021년 랙스가 남긴 업적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를 열어 랙스가 겪은 착취에 대해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미국 상원 메릴랜드 대표단은 최근 랙스에게 의회 황금 훈장을 수여하기 위한 법안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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