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아닌 아이들 위해”…공교육 개선에 한 목소리 [긴급점검-교사들의 호소]
“아이는 부모의 거울…사람 됨됨이부터 가르쳐야”
“문제 교사도 있는데…학부모만 비난은 불편해”
“학교경찰제, 부모교육 등 시스템 개선책 제안”
“그래도 교사가 나라의 희망…힘내세요 선생님”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교권 회복’을 위한 사회적 논의에 불이 붙었습니다. 이에 세계일보는 지난달 26일부터 나흘간 일선 초등교사 목소리를 전달했습니다.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과도한 학부모 민원이 발생하는지, 학교는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지, 교사들이 그 사이에서 받는 무력감과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기 위한 설문에 응한 교사 7명의 답변을 가감없이 그대로 전했습니다.
‘교사들의 호소’ 시리즈는 아동학대 신고가 두려워 학생을 제대로 지도하지 못하는 교사들의 고충을 전했습니다. 이에 작성자가 교사로 추정되는 많은 댓글에서 정당한 지도와 훈육까지 아동학대로 고소당하는 실정에 대한 비판과 개선 요구가 이어졌습니다.
한 독자는 “아동학대로 신고하면 교사는 엄청난 타격을 입고 긴 시간동안 힘들게 무혐의를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아동학대는 무고죄가 거의 성립되지 않아 부모는 아동학대 고소를 남발하고 교사는 철저히 피해를 입는 구조”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독자는 “교사는 물론 부모까지 훈육하는 순간 모두 아동학대가 될 수 있다. 고치지 않으면 모두 아동학대범이 되는 것”이라고 썼습니다.
학부모들도 이런 의견에 공감했습니다. 한 독자는 “교사만 피해보는 것이 아니다. 이런 문제로 교사들이 감정 없이 아이를 대하면 결국 그 피해는 내 자식이 본다. 한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꼭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습니다.
댓글에는 초등 뿐만이 아니라 다른 학교급에서 발생하는 교권 침해에도 관심을 가져달라는 호소가 있었습니다.
유치원·어린이집 교사로 추정되는 독자들은 “학부모 민원은 유치원 때부터 장난이 아니다. 너무 힘들어 떠나는 교사들 많다” “아이 모기 물렸다고 교사에게 ‘뭐했냐’고 나무라는 부모, CCTV 보겠다는 부모도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또 다른 독자는 “어린 아이들 연령 특성상 상상과 현실을 섞어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부모가 확인도 거치지 않고 고소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어떤 연령의 학생들을 가르치든 교사란 직업을 가지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다. 유초중고 교사 모두에게 적용되는 현실적인 교권 보호정책을 만들어 달라”고 강조했습니다.
과도한 학부모 민원 문제를 전달한 기사의 댓글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표현은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란 말이었습니다. 다수의 독자들이 “문제 아이는 문제 부모가 만든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주로 “학폭 가해자, 폭력적인 성격 학생 등 보면 부모님들이 판박이다” “부모가 교사를 만만하게 생각하니 이런(아이가 교실에서 칼부림한 사건)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예절, 도덕, 공동생활, 질서 등 아이의 교육은 첫번째로 가정에서 이뤄져야 한다” 등 부모들의 올바른 가정교육이 중요하다는 의견이었습니다. 한 독자는 “사람 됨됨이에 대한 가르침을 시간낭비라고 생각하고 공부만 잘하는 인간을 양성하는 한 대한민국의 현재는 답답하다”고 한탄하기도 했습니다.
댓글에서는 극단적인 학부모 태도를 비판하는 데 초점을 둔 현재 여론에 불편함을 드러내는 학부모 의견도 다수 눈에 띄었습니다.
한 독자는 “학부모 문제도 심각하지만 교사들도 문제가 많다. 잘잘못을 확실히 가리고 지도하는 교사로서의 사명감이 없고 그냥 편하게 넘기려는 자세는 없었는지 스스로 생각해보라”고 꼬집었습니다.
다른 독자들도 “나쁜 교사도 있는데 그 얘긴 왜 아무도 안하나. 그런 교사에게 아이를 맡기는 부모 심정은 누가 알아주나” “무책임한 교사들에게도 교권 하락의 책임이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된다” 등 일부 교사들의 태도를 지적했습니다. “(교사로부터) 부당하고 이상한 일 당해도 아이에게 불이익이 갈까봐 말 못하는 부모들이 얼마나 많은데. 이런 기사 보면 한쪽 말에 치우쳐서 화가난다” “여전히 아이들에게 말 함부로 하는 교사도 많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2인 담임제’ 도입 등 개선안 제시도
현재 초등학교 시스템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독자들은 댓글로 다양한 개선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한 독자는 “문제 학생을 교실 밖으로 내보내고 상담교사와 교장이 문제 학생을 지도하는 시스템, 필요하면 강제전학하는 것이 미국 학교다. 배울 것은 배우자”며 문제 학생에 대한 단호하고 집중적인 지도체계 도입을 촉구했습니다. 이와 비슷하게 “학교경찰제도를 도입해 교사는 교육에 전념하도록 하고 학교경찰이 민원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과도한 학부모 민원 문제와 관련해 ‘학부모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한 독자는 “아이들은 부모를 그대로 닮는다. 아이들이 인내심, 배려, 양보, 책임이 없는 것은 (부모로부터) 학습 경험이 없어서다. 국가차원에서 학부모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시리즈 기사의 댓글 중에는 안타까운 작금의 교육 현실을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 탓이라거나 여교사가 너무 많은 탓, MZ세대(1980년∼2000년 출생)가 부모가 된 탓, 맘카페 탓으로 돌리는 극단적인 ‘갈라치기’ 의견도 물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대다수 독자들은 진심으로 현 세태를 걱정하고 문제의식에 공감하며 현장에서 분투하는 교사들의 호소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지금 교육 현장의 문제는 ‘교사 대 학부모‘의 문제가 아니며, ‘학생인권 대 교권‘의 문제도 아니고, ‘좌파 대 우파‘의 문제는 더더욱 아닙니다. “다들 공동체 일원으로 사회에서 한 역할을 하고 있는 존중받아 마땅한 사람들인데, 꼭 누구를 깔아뭉개고 비난해야 하나” “모두 똑같이 귀한 집 자식이고 직장인이고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다. 서로 조금씩 이해하고 맞춰나가면 화낼 일이 많이 줄어들 것이다”라는 독자 의견처럼, 이해와 양보를 통해 함께 성장하는 공교육을 소망하며 마지막으로 응원의 댓글을 소개합니다.
“교육이 바로 서야 나라가 선다. 교사들이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다. 교사들 보호하는 법이 시급합니다.”
“대한민국 선생님들 힘내세요. 우리 아이들 가르치고 올바른 길 만들어줘서 감사합니다. 고마워하는 학부모들도 많아요. 건강하세요.”
“누가 뭐래도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분들은 선생님들 뿐입니다. 기운 내셔서 아이들 잘 부탁드립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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