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은 하난데 쉼터는 2개?…개수 늘리기 급급
[KBS 춘천] [앵커]
'폭염도 재난이다' 무더위 쉼터의 문제점을 짚어보는 연속기획보도.
오늘은 개수 늘리기에 급급한 행정편의주의의 실태를 고발합니다.
한 울타리 안에 있는 건물들을 제각각 쉼터로 지정하는가 하면, 건물 하나를 실내와 옥상으로 나눠 이중으로 지정하기도 했습니다.
송승룡 기자입니다.
[리포트]
폭염경보가 내려진 날.
노인이 잡초를 뽑고 있습니다.
밭 옆의 낡은 파라솔이 그나마 무더위를 피할 공간입니다.
정식으로 지정된 무더위 쉼터는 큰 길을 건너가야 나옵니다.
[최만호/춘천시 사농동 : "(저기는 왜 안 가시는 거예요, 그러면? 동사무소 같은데 갔다가 쉬시다 오시지?) 이게 뭐 왔다갔다 시간 뺏기고, 가기가 싫으니까 안 가지."]
강원도의 무더위쉼터는 실내와 야외를 합해 1,529갭니다.
지도가 빼곡하게 들어찹니다.
그런데, 조금만 자세히 들어다보면, 빈 곳이 가득합니다.
특히, 강릉 왕산면 같은 농촌지역은 쉼터는 공공건물에만 있고, 정작 쉴 곳이 필요한 농경지 주변은 휑하게 비어 있습니다.
도시와 농촌 간의 격차도 큽니다.
10제곱킬로미터 당 쉼터 수를 보면, 상위 3개는 전부 시 단위, 하위 3개는 전부 군 단위 지역입니다.
1위 속초시와 꼴찌 인제군의 차이는 무려 80배.
같은 면적이라면, 속초는 쉼터가 80개, 인제는 1개라는 얘깁니다.
또 다른 문제는 중복 지정입니다.
춘천시 사북면의 경우, 한 울타리 안에 쉼터라는 간판 3개가 보입니다.
각각 보건소, 면사무소, 주민대피솝니다.
심지어, 건물은 하난데, 쉼터가 2개인 경우도 있습니다.
춘천 운수종사자 휴게시설은 건물 자체가 실내쉼턴데, 계단을 올라가야 나오는 옥상을 야외쉼터라고 또 지정해 놨습니다.
여기가 바로 실외 무더위 쉼터입니다.
그런데, 건물을 아무리 둘러봐도 쉼터라는 것을 알리는 안내판은 붙어있지 않습니다.
또 주위를 둘러봐도 뙤약볕을 피할 그늘 하나 보이지 않습니다.
실효성에 대한 검증이 없었던 겁니다.
읍면동사무소나 경로당 같은 공공시설을 중심으로 쉼터를 지정하면서, 개수만 늘렸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이지영/강원도의원 : "행정편의주의적으로 지정할 수 있기 편한, 용이한 곳 위주로 하다 보니까, 지금 접근성은 떨어지고 있고요."]
취재진이 만난 농민들은 하나같이 공공기관이나 마트는 씻고 가야 하는데, 밭일을 하다가 그런 델 갈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KBS 뉴스 송승룡입니다.
촬영기자:홍기석
송승룡 기자 (oberon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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