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위상’에 해외도 교권 확보 ‘골몰’
[앵커]
학교 현장의 교권 추락은 우리나라 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글로벌 교육 관련 단체의 OECD 회원국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의 교사 위상 지수는 35개 나라 가운데 6위였습니다.
영국 13위, 미국 16위, 독일은 21위였습니다.
중국이 1위인 게 눈에 띄는데, 대체로 서구권의 교사 위상이 아시아 지역보다 낮았습니다.
지난해 전 세계 교육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3년간 근무 환경에 어떤 변화가 있었냐"는 질문에 "매우, 혹은 많이 나빠졌다"는 응답이 42퍼센트를 넘기도 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교권을 바로 세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미국과 독일의 상황은 어떤지 김양순, 유호윤 특파원이 차례로 보도합니다.
[리포트]
학교에서 무차별적으로 폭행당하는 선생님.
게임기를 빼앗기고 교사를 폭행한 이 17살 학생은 '1급 가중폭행'으로 기소됐습니다.
수사당국은 최대 30년 형이 가능한 중범죄로 본 겁니다.
미국 교사의 권리는 법으로 엄격하게 보장됩니다.
핵심은, 교사는 수업에 집중하고 교감, 교장이 학생지도를 맡는 겁니다.
[엘리자베스 스타인/미 랜드연구소 교육정책 담당 : "교사가 가르친다는 건 학생에게 사회성이나 행동을 지도하거나 정신건강을 신경 써줘야 한다는 걸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건 교장이 맡은 업무의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입니다."]
미국의 모든 교육청은 이렇게 학생의 권리와 의무를 담은 규약집을 해마다 발간해 학생과 학부모들의 사인을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안에는 문제가 되는 학생의 행동에 대해 교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지도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습니다.
가령 학생이 수업을 방해할 경우 한 두 번은 교사가 주의를 주지만 반복되면 먼저 학생지도 교사가, 그 다음은 교감, 교장이 대응합니다.
학부모 연락과 응대는 교감, 교장이 맡습니다.
[이원진/미 페어팩스 교육청 상담사·교장 : "교장 선생님이 부모님 편에 서서 저를 이해시키려고 하고 그런 거를 저는 겪어본 적이 없어요. 저만이 아니라 모든 선생님들이 다 같았을 거예요."]
교내에서 휴대전화 사용은 금지, 수업 중 학생이 교사를 촬영하거나 교사가 위협을 받은 경우, 교내에 상주하는 경찰을 부를 수 있습니다.
[이원진/미 페어팩스 교육청 상담사·교장 : "학교에서 누구를 위협하는 행동을 했다라든지 법을 어겼다라든지 그러면 경찰들이 오세요. 가차 없어요. 이게 학칙이 아니라 법을 어겼어요. 그럼 수갑 채워서 나가요."]
미국은 법을 엄격히 적용하고 규정을 세밀하게 가다듬어 교권 보호에 힘쓰고 있습니다.
다만 이 체계는 교사와 교감, 교장이 상하가 아닌 수평적인 관계일 때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합니다.
워싱턴에서 KBS 뉴스 김양순입니다.
[리포트]
지난 1월 독일의 한 직업학교 학생이 교사를 살해해 독일 사회에 큰 충격을 줬습니다.
[독일 공영방송 WDR/지난 1월 11일 : "8교시 이후 17살 남학생이 55살 담임교사를 살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극단적인 사례지만 교사에 대한 폭력은 독일에서도 큰 사회 문제입니다.
교장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학교에서 교사들이 폭행이나 괴롭힘을 당한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독일의 각 주 정부들은 해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바이에른주는 지난 3월 교사 폭력 대처 가이드라인 발표했는데, 특히 학교 측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피해 교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학교가 직접 가해자를 고발하도록 했습니다.
또 피해 교사가 트라우마를 겪지 않도록 보호장치도 마련했습니다.
피해 교사에겐 심리 치료, 의료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합니다.
잘못을 저지른 학생은 수업에서 우선 제외한 후 징계하는데, 다시 학급에 돌아갈 길도 열어놨습니다.
학교는 폭력 성향에 대한 상담을 지원하고, 가해 학생은 반성문을 작성해 피해 교사 앞에서 직접 발표하도록 했습니다.
교사들은 또 교권 확립을 위해선 무엇보다 교사 부족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안냐 벤징어/독일 교원노조(GEW) 임원 : "학교에서 학생들을 지원할 교사가 부족해서 문제가 심각합니다. 이것은 (학생들의) 공격적인 태도로 이어집니다."]
독일 교원 단체는 교사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교사 수를 늘려 업무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며 정부에 꾸준히 충원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베를린에서 KBS 뉴스 유호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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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순 기자 (ysooni@kbs.co.kr)
유호윤 기자 (liv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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