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Z플립5’가 5만원?…한국 소비자 “박탈감”
중고폰 반납 서비스 활용 공기계 구입…전작과 교체 때 139만원 할인
국내 중고 보상 최대 67만원 혜택…통신사 지원받아도 미국보다 비싸
미국 버지니아주에 사는 A씨는 지난달 31일 현지 삼성전자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폴더블폰 신제품 ‘갤럭시 Z플립5’를 42.53달러(약 5만5000원)에 샀다. 현재 사전예약을 받고 있는 Z플립5의 출고가는 저장용량 512GB 기준 1119.99달러(약 144만5000원)로, A씨가 산 가격보다 26배 이상 비싸다. 판매 중인 기기는 특정 통신사에 가입할 필요도 없는 ‘자급제 단말기’(공기계)여서 사실상 거저 최신 스마트폰을 얻은 셈이다.
A씨가 이렇게 싼 가격에 최신폰을 살 수 있었던 이유는 제품 구매 시 기존 삼성 스마트폰을 반납하면 기기 가격을 깎아주는 ‘트레이드 인’ 프로그램을 활용해서다. 삼성전자는 1년 전 출시된 ‘Z플립4’를 돌려주는 조건으로 파격적인 할인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2일 미국 삼성닷컴 홈페이지에 직접 들어가보니, 기기에 결함이 없는 양호한 상태의 Z플립4를 반납하면 99달러(약 12만8000원)에 Z플립5를 구매할 수 있었다. 6개월 전 출시된 ‘갤럭시 S23 울트라’ 모델을 반납해도 같은 수준의 혜택을 준다. 애플이나 구글 중고폰을 반납해도 최대 900달러(약 116만1000원)의 보상금을 지급해 기기 변경도 유도하고 있다.
미국 내 각종 할인 정보를 제공하는 ‘슬릭딜’ 사이트에도 삼성전자의 파격적인 가격 정책을 소개하는 글이 게시됐다. 15만명 이상이 본 글에는 댓글이 287개 달렸는데 “사야 한다”는 추천과 함께 추가 할인쿠폰 사용 방법도 공유됐다.
A씨는 “50달러 상당의 할인쿠폰 코드까지 활용해 더 싸게 제품을 샀다”고 했다. 과도한 할인 정책은 스마트폰 최대 시장인 북미 시장 점유율 하락을 만회하기 위한 삼성전자의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북미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애플 59%, 삼성 23%로 집계됐다. 2019년까지만 해도 미국 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은 35% 수준이었다. 그러나 아이폰을 선호하는 MZ세대의 구매 열풍을 등에 업고 2022년 이후 50%를 넘어섰다.
삼성전자는 국내에서도 Z플립5 사전예약 행사를 진행 중이지만, 미국에서처럼 파격적 할인은 하지 않고 있어 소비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미국의 트레이드 인과 유사한 한국의 ‘중고 추가보상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Z플립4 반납 시 A급 제품 기준 현금 52만원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행사 기간 15만원을 추가로 보조해주기 때문에 Z플립5 구매 시 출고가보다 67만원 싸게 살 수 있다. 이 역시도 적은 돈은 아니지만 100만원을 훌쩍 넘게 깎아주는 미국에는 못 미친다. 삼성카드 5% 추가 할인 등 국내에서만 적용되는 혜택도 있지만 이런 조건을 더해도 미국에서 사는 것만큼 저렴하지 않다.
게다가 한국에서 Z플립5를 가장 싸게 사기 위해서는 특정 통신사의 요금제를 일정 기간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휴대전화 구매 비용을 보조해주는 공시지원금까지 받아야 한다. 통신 3사는 Z플립5 구매 시 요금제별로 최소 15만6000원에서 최대 65만원의 보조금을 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로서는 미국 소비자와 비교해 가격 정책에서 차별받는다는 느낌이 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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