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볕 속 건설 현장…50%가 “실신 등 경험하거나 목격”
[앵커]
경기도 광명의 창고형 매장, 코스트코 앞입니다.
카트 안에 하얀 국화꽃이 담겼습니다.
땡볕 아래서 종일 카트를 밀다가 숨진 20대 청년을 추모하기 위해섭니다.
요즘같은 찜통 더위엔 잠시라도 쉬게 해달라는 목소리가 높지만 정부 지침도 강제가 아니라, 권고라서 누군가는 생계를 위해, 또 건설현장에선 공사 기한을 맞추기 위해 폭염 속, 쉼 없이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유민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폭염경보 속에 뜨겁게 달궈진 철근을 쌓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레탄미/베트남 이주 노동자 : "머리도 많이 아프고 땀도 많이 나요. 쉬는 시간 더 있으면 좋겠습니다."]
35년 건설 일을 해온 고참 노동자에게도 고약한 폭염입니다.
[이지훈/현장소장 : "지나면 지날수록 계속 더 더워지는 거 같습니다. 요즘 날씨가 최정점인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은 해야 하고 생계는 유지해야 하니까…"]
지금 이곳은 섭씨 37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날씨지만, 보시다시피 현장에서는 야외 작업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뜨거운 곳이 붉게 나타나는 열화상 카메라로 보니, 작업 현장만 온통 빨간색.
작업자의 체온은 최고 40도까지 치솟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일하다보니, 건설노동자 10명 중 5명이 폭염으로 인한 실신 등 이상 징후를 경험하거나 목격했다고 답했습니다.
온열질환 우려가 있을 땐 시원한 곳에서 10분 정도만 쉬어도 급한대로 체온을 정상으로 돌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손이 바쁜 현장에선 제대로 지켜지지 않습니다.
옥외 작업을 멈추는 시간에도 일하던 자리에 잠깐 앉아 목을 축이는 정도입니다.
도로 공사를 하는 노동자는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 주저 앉았습니다.
건설노동자 설문 조사 결과, 현장에 충분히 쉴 만한 공간이 없거나 부족하단 응답은 90% 가까이 됐습니다.
[교각 공사 노동자/음성변조 : "(쉴 데가 없으세요?) 저기 차에 가 있으면 돼요. (근데 왜 안 가세요?) 귀찮아서."]
최근 3년간 온열질환으로 산재 인정을 받은 건설 노동자는 35명, 전체 업종 중 가장 많았습니다.
KBS 뉴스 이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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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민 기자 (reas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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