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제르 군부 편드는 ‘쿠데타 벨트’ 국가들
“서아경제공동체가 군사 개입 땐 선전포고로 간주” 경고
긴장 고조에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자국민 대피 나서
쿠데타가 진행 중인 니제르에서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가 자국민 대피 작전에 나섰다. ‘쿠데타 벨트’를 구성하는 주변국들이 니제르 군부를 편들고 나서면서 일대 긴장이 커지고 있다.
1일(현지시간) 알자지라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이날부터 자국민과 유럽 국적자 대피를 시작했다. 니제르에 있는 프랑스 국민은 약 600명으로 파악됐다. 프랑스는 니제르 내 프랑스 대사관 주변에서 발생한 폭력 사태와 영공 폐쇄 조치 등을 감안해 이같이 결정했다. 1960년 프랑스에서 독립한 이후 니제르에선 쿠데타가 네 차례 일어났으나 프랑스가 자국민 대피를 결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등도 자국민 대피에 나섰다.
앞서 니제르에서는 압두라흐마네 티아니 대통령 경호실장이 이끄는 군부가 지난달 26일 쿠데타를 일으켜 모하메드 바줌 대통령을 축출하자 서아프리카 15개국 연합체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는 지난달 30일 “일주일 안에 헌정 질서를 회복하지 않으면 군대를 동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시한이 다가오며 니제르를 둘러싼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니제르는 사헬 지대(사하라 이남 경계 지대) ‘쿠데타 벨트’ 중 가장 마지막까지 버티던 도미노였다. 쿠데타 벨트는 서쪽 기니에서 동쪽 수단까지 아프리카 대륙 중부를 5600㎞ 가로지르는 국가들에서 공교롭게도 잇따라 쿠데타가 일어나 붙은 이름이다. 기니(2021), 부르키나파소(2022), 말리(2020), 차드(2021), 수단(2021) 등이 쿠데타 군정이 들어선 국가들이다. 니제르 쿠데타가 최종적으로 성공한다면 쿠데타 벨트의 마지막 퍼즐이 맞춰진다.
사헬 지대에서 유독 쿠데타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이슬람 무장세력으로 인한 치안 불안이다. 이슬람 무장세력의 활동 세력권은 사헬 지역뿐 아니라 나이지리아 북동부와 소말리아까지 뻗어있는데, 지난 1년 동안 이슬람 무장세력에 의해 사망한 아프리카인은 2만2000명에 달한다. 이는 전년보다 50% 이상 증가한 수치이며, 이슬람국가(IS) 세력이 절정에 달했던 2014년 이라크에서 IS로 인해 사망한 인원의 두 배에 달한다.
사헬 지역은 기후변화로 인해 토지 및 수자원에 대한 제로섬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데, 부패하고 무능한 정부의 약탈적인 관료주의는 이슬람 무장세력이 세를 불릴 틈새를 만들어주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이 때문에 쿠데타를 지지하는 일부 시민들은 무능한 정부보다 오히려 쿠데타 군부가 이슬람 무장세력에 더 효과적으로 잘 싸울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쿠데타 이후의 혼란상이 서아프리카 지역의 이슬람 무장단체 성장세에 기름을 끼얹을 가능성은 더 커지고 있다. 앞서 부르키나파소와 말리에서 쿠데타가 일어난 이후 이슬람 무장세력의 공격이 더 급증한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ECOWAS가 니제르의 쿠데타를 진압하기 위해 무력 개입할 경우 혼란은 더욱 겉잡을 수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쿠데타 벨트 국가인 말리와 부르키나파소는 공동성명을 내고 “ECOWAS가 니제르에 군사 개입할 경우 이를 우리 나라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며 “그 결과는 참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니 또한 ECOWAS에 “제재에 동참하지 않겠다. 제정신을 차리라”고 반발했다. ECOWAS가 개입할 경우 니제르 시민들이 쿠데타 지지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무력 다툼을 벌일 수도 있다.
ECOWAS의 지정학적 리더십은 시험대에 올랐다. 그동안 ECOWAS는 부르키나파소, 기니, 말리 등의 쿠데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쿠데타 벨트’란 오명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볼라 티누부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지난달 9일 ECOWAS 의장으로 취임하며 “민주주의 없이는 통치도 자유도 법치도 없다”며 더 이상 쿠데타를 용인하지 않겠다고 강조했지만, 이 발언 후 불과 15일 만에 니제르에서 쿠데타가 일어났다.
ECOWAS 국방장관들은 이날부터 이틀간 나이지리아 수도 아부자에서 만나 향후 조치를 두고 논의할 예정이다. ECOWAS가 단행할 군사 개입이 정확히 어떤 수준과 형태일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ECOWAS는 1990년 라이베리아 내전부터 2017년 감비아 선거불복 사태까지 7차례 다국적군을 보낸 사례가 있다. 이번 군사 개입의 성공 여부는 회원국 간의 협력 및 아프리카연합(AU) 같은 외부 기구와의 시너지에 달려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만약 ECOWAS가 니제르에 군대를 투입한다면 그 규모는 2017년 감비아에 보냈던 7000명보다는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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