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빼먹기 철퇴 '종합세트'…당정·LH 앞다퉈 마련
당정, 국민의 안전과 건설 카르텔 척결 위해 단호하고 엄격한 대책 마련
전문가 "제도개선만이 해결책 아냐…'원칙' 준수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
[아이뉴스24 안다솜 기자] 정부·여당과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이 철근 빼먹는 행위로 인한 주거불안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고 안전한 주거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앞다퉈 대책을 내놨다. 무량판 구조 아파트가 특정 단지에서만 발생한 것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 국민적 우려가 높아지면서다. 설계와 감리 등 건설주체에 대한 처벌 강화는 물론 입주자 보호 대책 등이 담겨 '종합세트' 성격으로 볼 수 있다.
2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선제적으로 철근 누락 시공사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발표하자 당정은 오후 긴급 회의를 갖고 입주민 대책을 내놨다. 속도감 있게 전방위에 걸친 대책을 내놓으며 악화된 여론을 달래고 신뢰를 높이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일거에 내놓는 대책들이 옥상옥 제도로 전락해 과도한 행정력 낭비를 부르지 않도록 현실을 감안해 주도면밀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 부실시공 업체 '원스트라이크 아웃'…전관예우 의혹 업체 공정위 조사 의뢰
LH는 부실시공 설계·감리 업체엔 '원스트라이크 아웃'으로 퇴출하고 중대재해와 건설사고 발생 업체의 입찰 참가를 제한하는 등 퇴출 수준의 직접 제재를 가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또, 부실시공 근절을 위해 건설 전 과정상의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반카르텔 공정건설 추진본부를 설치하기로 했다.
LH는 2일 오후 2시 서울지역본부에서 임원과 전국 지역본부장이 모인 긴급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건설 이권 카르텔 및 부실공사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전관예우' 의혹이 제기된 업체들의 선정절차와 심사과정을 분석해 그 결과를 공개키로 했다. 전관예우 의혹이 불거진 업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의뢰한다. LH는 입찰 담합 징후 분석 시스템을 통한 자체분석 결과도 공정위에 전달키로 했다.
건설현장 전 과정 관리·감독도 대폭 강화한다. 공사단계별로 건축물의 정밀안전점검을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영상기록검측과 디지털 시공확인 체계를 도입한다. 감리용역 전담부서를 개편하는 동시에 감리사에 현장관리조직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품질 관리를 위해 직접구매자재를 적용하는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제도 개선'보다 '실행 역량'에 중점을 둬야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제도 개선도 필요하겠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실행역량"이라며 "원칙에 충실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담감독기관을 만들자는 등의 얘기는 어디까지나 고려·논의 할 수 있는 여러 접근방안의 하나로 간주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해당 방식이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는 해법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단순한 규정·제도 강화는 오히려 사람들이 편법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며 "원칙준수에 수반되는 비용 증가가 있다면 이를 공사비에 적절히 반영할 필요가 있다. 건설생산품의 품질확보와 현장 안전에 필수 불가결한 사안이라면 이를 사회적 비용으로 인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동시에 원칙을 준수하지 않았을 때 적절한 페널티를 고민해야 한다"며 "영업정지·폐업 같은 페널티는 규정에 있어도 쉽게 적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원칙 준수를 유도할 적합한 페널티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 LH, 무량판 구조 문제없지만 가급적 활용 지양
LH는 무량판 구조 자체는 설계 공법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주차장 등의 활용은 가급적 지양할 방침이다.
이한준 사장은 이날 긴급회의에서 "LH 아파트에서 무량판 구조가 주거동이 아닌 주차장에서만 적용됐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며 "LH가 보강공사를 실시한 뒤 입주민이 지정한 업체에 의뢰해 안전점검을 해 입주민이 안심할 때까지 무한 책임을 가지고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량판 구조는 설계 공법상 문제가 전혀 없다. 새로 도입돼 (아직) 안착이 되지 않아 나타나는 문제"라며 "LH는 무량판 구조를 필요한 곳에는 쓰겠지만 그렇지 않은 곳이나 주차장에 활용하는 건 최대한 지양하겠다"고 말했다.
무량판 구조는 상부의 무게를 떠받치는 보 없이 기둥이 슬래브(콘크리트 천장)를 바로 지지하는 구조로 기둥과 맞닿는 부분에 하중이 집중되기 때문에 슬래브가 뚫리는 것을 막기 위해 기둥 주변에 전단 보강근을 설치한다. 이번에 공개된 단지들은 철근이 아예 없는 게 아닌 일부 전단 보강근이 누락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무량판 구조에 대한 불신은 지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은형 연구위원은 "무량판 구조 등에 대한 논의는 본질이 아니다"라며 "무량판 구조는 위험하고 못 쓸 방식이 아니고 적절한 설계와 시공이 이뤄지면 문제없다"고 설명했다.
LH는 철근 누락 단지에 대해 단지별 상황에 맞는 방식으로 보강공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LH 관계자는 "보강공사 공법에 대해선 7가지 공법을 한국콘크리트학회 검증 마쳐서 적용 일부 했고 나머지도 적용할 예정"이라며 "구체적 방법은 중간에 지하주차장 각각 현장마다 지하주차장 상부에 공사 중인지 등에 따라 현황이 다르다. 상부에 상수관, 하수관 등 각종 배관이 있어서 각각 여건에 따라서 중간이 기둥을 추가로 세우기도 하고 슬래브가 취약해 철골이나 콘크리트로 덧대서 보강하는 방법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당정, 아파트 입주자 손해배상·입주예정자 계약해지권 부여
정부와 국민의힘은 이날 고위당정협의회를 열어 문제가 된 철근 누락 아파트 입주자에게 손해배상하고 입주예정자에겐 재당첨 제한이 없는 계약해지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불안감을 호소하는 입주자들과 입주 예정자들의 '계약해지' 요청이 빗발치자 이에 대한 해소가 긴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당정협의회 후 브리핑에서 "계약해지권 부여는 입주 예정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급하게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가 철근 누락 15개 단지를 공개한 뒤, 입주 예정자들의 불만이 잇따르자 LH는 한 단지에 대해 선납 계약금 환불과 계약일정 연기 등의 조치를 내놓기도 했다.
또, 당정은 무량판 구조 관련 아파트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이를 통해 보강공사, 책임자 처벌, 입주자대표회의와 입주자가 만족할 손해배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아울러 국민의힘 TF(태스크포스) 진상 규명 후, 필요하다면 국정조사를 진행하겠다고도 발표했다. 김정재 의원은 "입법 카르텔에 의해 부실시공이 일어났고 이는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재산권 침해하는 일종의 범죄"라며 "TF는 제가 위원장으로 내정됐고 최고위에서 결정되면 금요일(4일) 오전 10시에 회의를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하주차장 뿐만 아니라 주거동에 대한 우려와 관련해선 "무량판 구조면 아마 조사가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건설산업기본법 등 건설현장 정상화 입법도 추진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등에 따르면 부실시공 재발 방지·처벌 강화, 건설사와 감리사의 안전 관리 책임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부실공사 방지법 15건이 국토위에 계류 중이다. 김정재 의원은 지난해 8월, 5명 이상 사망 사고가 발생할 경우 부실 공사 처벌 수준을 강화하고, 부실시공으로 영업정지 또는 과징금 등의 행정처분을 받은 자의 공공 발주 공사 하도급 참여를 제한하는 내용의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불법 하도급 처벌 수위를 높이고 불법 하도급으로 인한 부당 이익을 몰수·추징토록 하는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모두 국회 국토위 법안소위 회부 이후 심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안다솜 기자(cotton@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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