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도 달궈지는 폭염…건설노동자들 “어지럽고 메스꺼워”

김세훈 기자 2023. 8. 2. 21:1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건설노조, 대책 마련 촉구
현장선 매일 실려 가는데
정부는 “고열작업 아니다”
실태조사 결과 노동자 80%
“작업 중단 없이 계속 일해”
현장서도 더위 씻어 내릴 수 있게… 건설노동자들이 2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설노동현장의 폭염대책을 요구하며 얼음물을 붓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레미콘의 복사열에 몸이 익고, 유리로 둘러싸여 숨이 턱턱 막히는 작업장에서 일하다 노동자들이 쓰러집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 노동이 고열작업이 아니라고 합니다.”

체감온도가 35도를 웃돈 2일 건설노동자들이 고용노동부에 폭염 작업 시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건설노조는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야외노동을 고열작업으로 인정하고 노동자들에게 휴게공간과 휴식시간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6년차 철근노동자 장석문씨는 “건설현장 어디에도 그늘이나 쉴 만한 곳이 없다. 폭염에 철근이 달궈지는 와중에 더위와 사투를 벌여야 한다”면서 “폭염기에는 30도가 넘으면 양철판에서 열이 올라온다. 그 위를 철근을 메고 이동한다. 뜨거운 양철판과 싸우는 게 철근 직종”이라고 했다. 이어 “열사병으로 언론에 나오는 경우는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현장에서 일사병과 열사병으로 병원에 매일같이 실려가고 있다”면서 “정부는 야외작업을 모두 고열작업으로 분류해놓진 않았다.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노동자가 작업중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설현장에서 거푸집을 만드는 이창배씨는 “열사병은 며칠 쉬고 나가면 회복되는 것이 아니다. 얼마 전에도 한 분이 쓰러지셨는데 가족들 얼굴도 못 알아보신다고 한다”면서 “한 번 열사병으로 쓰러지면 이후에 건설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한 가정의 생계가 위험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그늘막을 설치했다고 홍보하는데 그늘막이 현장에서 10분 거리에 있으면 누가 거기에 가서 쉬겠나”라며 “정부가 건설노조 때려잡기를 하는 동안 폭염 속에서 노동자들이 대책 없이 쓰러져가고 있다”고 했다.

강한수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은 “건설자본이 자신들의 이윤만을 위해 공사기간 단축에만 몰두하는 상황”이라며 “노동자들은 너무 더워 쓰러질 것 같아도 작업 방해한다고 잘릴까 봐 걱정한다. 죽음을 감수하고 일하는 것이 두렵다”고 밝혔다.

건설노조는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1일까지 실시한 폭염기 건설현장 실태조사 결과를 이날 발표했다. 설문조사에는 문항별로 노동자 2424~3206명이 참여했다.

설문 응답자 4명 중 1명꼴인 24.9%는 휴게공간 없이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명 중 1명(20.3%)은 작업장에서 시원한 물을 제공받지 못한다고 했다.

폭염기 작업 시 4명 중 3명(74%)은 어지럼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어 두통(37.9%), 메스꺼움(35.2%), 근육경련(32.1%) 순으로 증상을 느꼈다고 했다.

응답자의 81.7%는 폭염이어도 작업중단 없이 계속 일한다고 답했다. 지난해 조사치인 58.5%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노동부는 33도 이상에서는 시간당 10분, 35도 이상에서는 시간당 15분 휴식시간을 제공하도록 권고하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전재희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매년 더위가 심해지는데 폭염 대책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