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주거동 무량판 구조 "문제없다 vs 불안하다" 안전성 논란(종합)
보강 철근 기성품 사용…벽식 구조 혼합, 엘리베이터실도 기둥 역할
설계·시공상 철근 누락, 콘크리트 강도 미흡 등 적발시 배상 문제 커져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공공아파트 무량판 구조 지하주차장의 '철근 누락' 사태와 관련해 민간 아파트로 조사를 확대하기로 하면서 아파트 거주자들의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일부 아파트는 주차장뿐만 아니라 주거동에도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것으로 알려져 안전성 논란이 일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조만간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민간 아파트에 대한 조사계획을 밝힐 예정이지만 입주민 불안 등을 고려해 대상 아파트 명단은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다.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재 주거동에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아파트 단지는 주로 재건축 단지나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등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100년 주택'으로 불리는 장수명주택 건설을 위해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아파트에 대해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시 허용 용적률의 10%를 상향하는 인센티브를 줬다.
이에 따라 현재 시공 중이거나 입주한 일부 재건축 등 정비사업 단지에서 무량판 구조를 적용했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서울 강남구 개포동 A아파트, 강동구 둔촌동 B아파트 등이 주거동에 무량판 구조가 채택됐다.
다만 서울시는 올해 3월 공동주택 허용용적률 인센티브 기준을 전면 개정하면서 장수명주택을 인센티브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마무리 공사가 진행 중인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C주상복합 아파트도 2개의 주거동이 무량판 구조로 설계됐다.
주상복합 등 초고층으로 건설되는 아파트는 벽식 구조 대신 주로 무량판 구조나 라멘(기둥+보)구조를 적용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7년 이후 서울에서 준공된 무량판 구조 아파트는 SH 등 공공 아파트 25곳과 민간 아파트 29곳 등 총 54곳에 이른다.
건설업계는 현재 주거동에 적용한 무량판 구조의 경우 세대와 세대는 벽체로 마감하고, 세대 내부만 무량판인 '복합 구조'여서 전면 무량판 구조인 지하 주차장과는 다르다고 말한다.
주차장은 기둥과 기둥의 길이가 8∼10m 이상이고, 기둥만으로 상판(슬래브)을 지탱하는 구조지만 주거동은 세대 내부 기둥은 물론, 세대 간 벽체가 상판의 하중을 받는 기둥 역할을 한다.
또 엘리베이터와 계단실이 있는 코어부분은 콘크리트 두께만 60mm에 달해 건물 전체의 하중을 분산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교수는 "주거동은 차량이나 화단(흙) 등의 막대한 무게를 버텨야 하는 지하주차장과 달리 피아노, 냉장고 등이 최대 하중이고 벽식구조를 혼합하기 때문에 설계 시방서에 따라 제대로 시공만 했다면 주차장처럼 와르르 무너질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현재 지하 주차장은 기둥과 상판 접합 부위에 작업자가 직접 보강 철근(전단보강근)을 얼기설기 엮어서 강도를 높여줘야 한다.
이때 사람 손으로 수작업을 해야 해 설계 누락이 아니더라도 실수로 빠뜨리거나 시공 일자에 쫓겨 빼먹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앞서 붕괴 사고가 난 인천 검단 LH아파트 지하주차장도 설계와 달리 일부 시공 과정에서 전단보강근의 누락이 있었다.
그러나 아파트 주거동 무량판 구조에 사용되는 보강철근은 간단한 기성품을 사용해 시간이 걸리거나 누락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하 주차장은 각 동과 동의 시공 책임자가 서로 달라 동이 나뉘는 부분에서 감리 등이 소홀할 수 있지만, 아파트는 동마다 감리 책임자가 1명이고, 층고를 올릴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게 기둥과 상판의 체결 여부"라며 "지하 주차장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토부 관계자 역시 "LH 사업장의 주차장은 작업자가 전단보강근을 하나하나 손으로 설치해야 해 시간과 인력이 많이 필요한 구조"라며 "조사를 해봐야겠지만 일단 민간 사업장은 주로 설치가 간단한 기성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설계 자체에서 누락된 것만 아니라면 붕괴 위험 등 중대한 문제는 적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조사 과정에서 철근 누락은 물론 콘크리트 강도가 기준치에 미달하거나 다른 설계·시공 결함이 발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책임 소재와 입주민 손해배상 문제 등을 놓고 큰 혼란과 사회적 파문이 예상된다.
벌써 점검 대상 단지에 포함되는 입주민이나 입주 예정자들은 "믿고 거주해도 되는 거냐"며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일부 건설업계는 전단보강근 문제가 다른 시공상의 하자 분쟁으로 이어질까 봐 걱정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일단 자체 조사에서 별문제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정부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며 "같은 무량판이라 해도 LH와 민간 건설사가 적용하는 자재와 공법이 다른데 무량판 구조 전반에 대해 과도한 불안감을 조성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곧 조사 대상 민간아파트를 확정하고 조사 방법과 일정 등을 공개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일단 2017년 이후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민간 아파트 293개 단지를 1차 대상으로 한다는 방침이나 2017년 이전 단지까지 확대할 경우 조사 대상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조사 대상 아파트 명단은 사전에 공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점검 결과 문제가 발견된 곳도 명단 공개에 대해선 추후 신중히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LH 아파트도 전체 95개 단지 중 문제가 있는 15곳만 공개했고, 이는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공공의 책임을 다한 것"이라며 "이와 달리 민간은 입주민 반발 등이 있을 수 있고, 사소한 문제인데 명단 공개만으로 피해를 보는 단지도 나올 수 있다. 주민 동의도 필요한 부분이어서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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