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교사 면담 예약제’…학부모 무작정 민원 전화 못한다
서울교육청 교원 보호 방안…간단한 민원은 챗봇으로 응대
2학기부터 민원인 대기실 설치…소송 때 교사 지원 강화도
서울시교육청이 교사가 악성 민원에 직접 노출되지 않도록 ‘교사 면담 예약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학부모는 교사와 직접 통화하거나 면담하기 전 민원 내용을 승인받아야 하고, 간단한 민원은 ‘챗봇’(대화형 인공지능)이 응대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런 내용이 담긴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앞으로 학부모 등 민원인은 교사와 통화나 면담을 하기 전 ‘서울학교안전 앱’을 통해 예약해야 한다. 관리자가 면담 요청 내용을 확인한 후 승인해야 교사와 연결된다. 올해 2학기부터 시범 운영 후 내년에는 희망 학교 전체에 도입한다. 일반 민원은 챗봇을 적용해 대응 속도를 높이고 교사의 부담을 줄인다. 조 교육감은 “어떤 사안에 대해 감정이 북받쳐서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때도 있는데 (예약제를 통해) 숙려 시간이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며 “민원의 일차적 해결자가 교사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게 초점”이라고 말했다.
2년차 초등교사 A씨(25)는 이날 통화에서 “평소에 학부모가 내용 없이 언제 통화 가능하냐는 메시지만 남기면 그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됐는데, 일차적으로 담당자가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고 정리해준다면 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장원 교사노조연맹 대변인은 “난방을 틀었더니 덥다, 춥다 등등 담임교사가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까지 민원으로 들어오는데, 그런 민원이 교사에게 직접적으로 오는 것을 중간에 걸러주는 장치로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2학기부터 민원인 대기실을 운영한다. 대기실을 통해 학교 출입 관리를 강화하고, 민원인이 곧바로 교사를 찾아가지 못하도록 한다. 대기실에는 폐쇄회로(CC)TV도 설치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공간이 있는 학교에는 2~3개 대기실을 만들고, 도저히 안 되면 모듈형 교실까지 활용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원의 소송비 지원 절차와 범위를 개선한다. 앞으로 교원이 소송비를 지원받고자 할 때는 학교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 의결을 거치지 않고 사안 처리 결과를 확인할 서류만 제출하면 된다. 교육활동 침해 피해교원으로 인정받기 전에 소송이 진행되고 있으면 먼저 소송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경찰 수사 단계부터 변호사 선임비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법적 절차를 밟기 전 분쟁을 조정하기 위해 교육지원청에 ‘학교 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법률 전문가, 분쟁조정 전문가 등을 통해 교보위 전문성을 보완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달 중 발표할 교육부 생활지도 고시안에 따라 학생 생활 규정 가이드라인을 만들 예정이다. ‘학생 생활교육 도움 안내 책자’도 이달 내 배포한다. 이장원 대변인은 “중요한 것은 민원뿐 아니라 문제 학생에게 정당한 생활지도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명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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