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하자소송으로 6년간 1753억 물어줘…‘철근 누락’도 받게 될까
공법 자체로는 청구 어려워
건설과정 중대 하자 인정 땐
손배 책임 물릴 여지 있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아파트 단지 15곳의 지하주차장 기둥에 보강철근이 아예 없거나 당초 계획치보다 적은 사실이 드러나자 일부 입주민들이 집단소송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중대한 하자가 인정될 경우 LH나 시공사 등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여지가 있다고 분석한다.
2일 법원의 판례를 살펴보면 ‘철근 누락’처럼 중대한 부실은 아니더라도 아파트 입주민들이 하자를 이유로 낸 소송에서 LH는 다수 손해배상을 해주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6부(재판장 황순현)는 2021년 5월 충북 천안시 소재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LH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LH가 17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LH가 아파트 설계도면과 다르게 변경·부실 시공한 사실이 드러나 소송이 시작됐다.
재판부는 입주 2년 만에 아파트 벽에 균열과 누수 등 하자가 발생했다는 입주민들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여 사업 주체인 LH가 하자 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봤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LH가 2016~2021년 아파트 하자소송에서 패해 입주자대표회의 등에 지급한 금액은 1753억원에 달한다. 6년간 총 소송 건수는 129건이다.
LH는 주민들에게 손해배상금을 물어주고 나면 시공사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해 배상금을 청구하는 절차를 밟는데, 구상금 청구 소송도 여러 건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LH를 상대로 주민들이 제기한 소송에서는 아파트 하자와 부실공사 사이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 LH 등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사례가 다수이지만 이번에 문제가 된 ‘철근 누락’은 소송 전례가 없다. 대법원 판례는 하자를 ‘일반적으로 완성된 건축물에 공사계약에서 정한 내용과 다른 구조적·기능적 결함이 있거나 거래 관념상 통상 갖춰야 할 품질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은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면서 하자 여부는 당사자 사이 계약 내용, 해당 건축물이 설계도대로 건축됐는지 여부, 건축 관련 법령에서 정한 기준에 적합한지 여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한다.
이번에 논란이 된 대들보가 없는 ‘무량판’ 공법 자체는 제대로만 시공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공법 자체만을 문제 삼아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설계와 달리 시공 단계에서 보강철근이 빠졌다거나, 설계상 문제로 부실하게 시공되는 등 건설 과정에서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국토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LH 발주 무량판 구조 아파트 전수조사 결과를 보면 필수 요소인 보강철근을 설계 때부터 기준보다 적게 넣도록 한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입주한 공주월송과 아산탕정, 입주 예정인 양산사송 A2 단지는 설계서는 제대로 되어 있었으나 시공 단계에서 설계서에 적힌 것보다 보강철근을 덜 넣은 것으로 파악됐다.
LH는 해당 아파트 단지 예비입주자 등의 우려가 커지자 선납 계약금 환불, 계약 일정 연기 등 조치에 나섰다. 예비입주자뿐 아니라 입주를 마친 단지의 입주민들 사이에선 계약 해지 요구도 나온다. 계약 해지는 위약금 배상 등 문제가 걸려 있어 법적 다툼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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