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전화=학부모 개인 민원창구’ 이제 교사에 직접 전화 못한다
서울 서초구 서이초 교사 사망을 계기로 퇴근 후 학부모 민원에 시달리는 교사들의 현실이 재조명되면서 학부모 민원 처리·소통 방식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 가운데 서울시교육청은 이같은 내용을 2일 발표했다.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 강화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2학기부터 교사 면담 사전예약 시스템을 통해 학부모가 교사 면담이나 전화를 요청할 시 예약 후 승인을 받아야 진행할 수 있고 교사별 녹음 전화기도 보급될 예정이다.
조 교육감은 “학부모에게 사전 고지 의무를 부여하고 학교는 사전에 고지받을 권리를 제도화하겠다”며 “이 체계를 통해 교사에게 들어오는 민원을 일차적으로 시스템에서 분류해 교사에게 바로 전달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사전 예약 시스템은 은행과 공공기관에서 활용하는 챗봇을 이용해 직접 응대하지 않아도 되는 일반 민원의 경우 실시간으로 빠르게 처리하고 교사의 민원 응대 부담을 줄일 계획이다.
1차 민원 분리의 주체에 대해서는 3~4개월 앱을 개발하면서 학교 의견을 수렴해 정한다. 9월부터 시범운영을 희망하는 학교에 한해 시행하고 내년에 전체 학교로 확대한다.
특히 민원인 대기실도 시범 운영한다. 학교에 방문하는 민원인이 대기실을 거치도록 해 직접 면담하는 절차보다 까다롭게 한다는 방침이다.
또 상담 기간과 요일, 시간을 학부모가 신청하면 관리자가 승인해서 문자를 발송하는 등 관리를 강화해 학교 출입 관리를 강화고, 지능형 영상감시시스템도 구축해 예측하지 못한 위험 발생에 대비할 방침이다.
이 밖에도 조 교육감은 고소·고발을 당해 법적 분쟁에 휘말린 교사를 위한 지원책도 확충하겠다며 소송비 지원 절차를 간소화하고 지원 범위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교육계에 따르면 일선 학교에서는 교사 개인의 연락처 공개 없이 학부모와 전화 통화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민간 앱이 활성화돼 있다.
일부 교육청은 교사에게 업무용 휴대전화·전화번호를 제공하는 등 제도도 운영 중이다.
그러나 아직도 상당수 교사는 학부모에게 개인 연락처를 공개한다.
맞벌이 등으로 일과 시간 후에야 연락이 자유롭거나 긴급한 사정이 생겼을 때 비상 연락망을 가동해야 한다는 학부모의 요청을 교사들이 거절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중·고등학교의 경우 성적 확인, 수행평가 알림 등 학생들과의 즉각적인 단체 공지를 위해 교사들이 개인 연락처를 공개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교사들이 공개한 개인 연락처가 시도 때도 없는 학부모의 악성 민원 창구로 악용되면서 교사들의 고충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서울 서초구 학교에서 숨진 신규 교사 역시 개인 휴대전화로 학부모의 민원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초구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교육계에서는 학부모 민원 처리와 소통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교권본부장은 “교사 개인이 느끼는 민원 부담감이 크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사적 (민원) 창구를 공적 창구로 확대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고려해볼 필요가 있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김 본부장은 “민원 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관리직 교원과 해당 교사 사이에 갈등이 발생할 소지가 있고, 학부모 입장에서는 학내 처리를 자기 식구 감싸기로 볼 수도 있다”며 “학교장뿐 아니라 학교 운영위원장, 지역 상담가 등 외부인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통해 민원을 처리하는 방안도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일각에서는 개인의 연락처를 공개하지 않고 학부모와 전화 통화가 가능한 공공 앱을 교육부가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알림장, 가정통신문 게시 기능, 전화 통화 기능 등 학부모 소통 기능이 강화된 공공 앱이 있을 경우 교사가 개인 연락처를 공개할 필요성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현재 일선 학교에서 교사들이 사용하는 앱은 모두 민간에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각종 광고로 도배돼 있어서 쓰기가 불편하고 공공 업무인데도 사실상 민간에 위탁하는 모양새가 돼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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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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