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온 초전도체, 진짜 둥둥~ 떠요?
국내 개발 신소재 ‘LK-99’ 진위, 국내외 학계 ‘와글’
미국 이어 중국 연구진 “가능성” 분석…관련주 급등
일각 실험 ‘저항 0’에 의문
개발진 “이달 중 정식 발표”
관련 학회 “검증위 꾸릴 것”
지난달 말 국내 연구진이 ‘꿈의 물질’로 불리는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진위에 대한 해외 과학자들의 분석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자석 위에 둥둥 뜨는 상온 초전도체의 특성을 확인했다”는 긍정적인 결과가 있는가 하면 “전기 저항이 ‘0’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부정적인 발표도 혼재돼 있다. 이번 개발 주체인 퀀텀에너지연구소 등 국내 연구진은 이달 중 연구 내용을 정리해 국제 학술지에 게재할 계획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최근 증시에서는 이른바 ‘초전도체 관련주’들의 주가가 단기 급등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2일 과학계에 따르면 중국 화중과학기술대 연구진은 퀀텀에너지연구소 등에 소속된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는 초전도체 ‘LK-99’ 형태의 물질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이 인터넷에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쌀알만 한 작은 물체가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모습이 관찰된다. 초전도체의 중요한 특성 중 하나는 자석에서 뿜어져 나오는 자기장을 되받아치는 ‘마이스너 현상’인데, 이를 화중과학기술대 연구진이 재현했다는 것이다.
전날에는 미국 로런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 소속의 시네이드 그리핀 연구원이 컴퓨터 시뮬레이션 분석을 통해 국내 연구진이 만든 상온 초전도체가 실제 만들어질 가능성을 평가했다. 그 결과 물질 구조상 초전도체로서의 특성을 띨 공산이 있다는 취지의 결과를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에 내놓았다.
이와는 정반대 분석도 나왔다. 중국 베이징 소재 베이항대 연구진은 전날 아카이브에 LK-99는 상온에서 전기 저항이 ‘0’이 아니었고, 자기부상 현상도 관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같은 날 인도 국립물리연구소 연구진 역시 아카이브를 통해 “상온에서 초전도성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초전도체는 전기가 저항 없이 아주 잘 흐르는 물질을 뜻하는 물리학 용어다. 양자컴퓨터나 자기공명영상장치(MRI), 핵융합 장치 등에 쓰인다. 문제는 초전도체를 유지하려면 일반적으로 영하 200도 내외 초저온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액체 헬륨 같은 물질을 초전도체에 붙여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 국내 연구진은 “영상 127도 이하에서 구현되는 새로운 초전도체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사실이라면 영상 20~30도 상온에서도 초전도체로서의 성질을 띤다. 거대한 냉각장치가 필요 없기 때문에 초전도체를 이용하는 기계의 운영 비용이 줄어들고, 크기도 소형화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전기 손실 없는 송전선을 만들거나 데스크톱만 한 양자컴퓨터도 제작할 수 있다.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했다는 퀀텀에너지연구소 관계자는 국제 학술지에 이번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을 게재하기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4주 안에, 이르면 2주 안에 학술지에 논문이 실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언론 대상 설명회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한국초전도저온학회는 전문가들로 이뤄진 검증위원회를 구성해 상온 초전도체가 정말 만들어졌는지 국내 학계 차원에서 규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퀀텀에너지연구소에서 초전도체 샘플을 제공하면 분석에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한편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증시에서 서남, 덕성, 신성델타테크, 모비스, 원익피앤이 등 이른바 ‘초전도체 관련주’ 주가가 크게 올랐다. 서남, 덕성, 신성델타테크 등은 전날에도 상한가를 찍었고, 모비스(20.64%), 원익피앤이(10.37%)도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학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고 일상생활에 도입될 때까지의 시차를 감안한다면 고평가 우려를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정호·권정혁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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