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회장 "전국 노인들 화나, 당 망치려는 발언"...양이원영 사과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어르신 폄하 발언' 옹호 논란이 불거진 지 하루 만에 대한노인회를 찾아 고개를 숙였다. 논란의 발단이 된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은 예정됐던 지방 간담회 일정을 소화했다.
양이 의원은 2일 오후 한병도 민주당 전략위원장과 함께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대한노인회를 찾아 김호일 회장을 만나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표현을 써서 죄송하다. 심려끼쳐 죄송하다"며 "설마 저희가, 전체 내용을 보시면, 저도 처음에 오해했다고 전체 글을 옮겼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 이유가 어린 아이가 아이디어를 냈지만 그건 옳지 않다, 모든 사람에게 1인 1표를 행사하는 게 맞다고 말씀드린 것"이라며 "오히려 청년들이 미래를 생각하면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는 차원이었고 저도 두 가지 의미로 말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논란은 김 위원장의 지난달 발언에서 촉발됐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서울 성동구에서 열린 청년 좌담회 도중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젊은 사람들과) 1대1 표대결하느냐"는 중학생 아들의 질문을 소개하며 "되게 합리적"이라고 해 어르신 비하 논란이 일었다. 김 위원장은 당시 "평균 연령을 얼마라고 봤을 때 '자기 나이로부터 여명까지', '엄마 나이부터 여명까지'로 비례적으로 투표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해당 질문은) 합리적이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 1인 1표 선거권이 있어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아들에게)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또 이같은 발언에 대해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이 지난 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지금 어떤 정치인에게 투표하느냐가 미래를 결정하지만 지금 투표하는 많은 이들은 그 미래에 살아있지도 않을 사람들"이라고 '옹호성'으로 읽히는 발언을 해 논란을 더욱 키웠었다.
양이 의원은 이날 대한노인회를 찾아 "저는 나이나 성별이나 지역이나 어떤 개인적인 건으로 인해 투표가 차별받아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하는 정치가 미래에 책임있는 정치가 돼야하지 않겠나. 지금 내리는 정책 결정이 미래, 2050년에 영향을 미치는데 정치 혐오나 정치 무관심보다 정치에 참여하는 게 더 필요하지 않겠냐는 차원에서 말한 것"이라고 했다.
또 "국제시장이란 영화를 보면서 특히 우리 어르신들이 얼마나 고생하셨는지 깨닫기도 하고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저희 외할머니께서도 얼마나 헌신하셨는지도 안다"며 "어르신의 역사와 경험, 지혜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안다"고 했다.
양이 의원을 만난 김 회장은 "우리 노인들은 1950년대, 60년대에 허리띠를 졸라매서 한강의 기적을 이루고 오늘날 세계 10대 경제 강국을 만든 사람들"이라며 "영국 속담에 노인 한 사람이 돌아가시면 지혜로운 장서가 가득찬 도서관이 없어지는 것과 같다고 한다. 모두에게 참정권이 동일한데 노인들이 일찍 죽는다고 투표권을 언급하는 것은, 독일 유학까지 하신 분(김 위원장)이 그런 경솔한 발언을 해서 되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위원장의 참정권 제한하는 발언을 해 노인들이 분노하고 있는데 그걸 (양이 의원이) 동조하고 맞다고 하시면 그게 제 정신이 아닌 사람이 하는 말"이라며 "의정활동 보고 굉장히 훌륭한 분으로 알았는데 이번에 기사 보고 착각하고 실망했다"고 했다.
김 회장은 "(김 위원장 등 발언은)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당을 망치려고 하는 발언"이라며 "민주당이 노인표를 획득하려고 하면 노인 복지 정책을 펴고 노인들이 원하는 것을 앞장서서 해결하고 이러면 표가 가는 것이다. 노인들이 투표 안 한다고 민주당이 이긴다는 발상을 김 위원장이 하고 동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또 "전국 노인들이 화가 나서 분신자살하자는 사람도 있고 별 사람들이 (대한노인회로) 전화가 다 오고 있다"며 "그런 현상 생기면 내년 4월 선거인데 그 당이 어떻게 되겠나"라고 했다.
양이 의원은 문맥상 속뜻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다"라며 "억울하다"고도 밝혔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오해 불러일으킬 발언을 '하니까' 시비를 거는 것"이라며 "고의가 아니라지만 오해를 불러일으켜서 전국 노인들이 분노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그 발언이 경솔한 발언이 됐다"고 했다.
이에 양이 의원은 재차 "세대나 나이 등 여러가지 이유로 투표권을 제한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 저는 동의한 바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 표현을 잘못한 것에 대해 심려를 끼친 것에 죄송하다"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 의원 중 한 사람의 자격으로 동행한 한병도 의원은 "당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등 휴가중이라 당의 공식 업무를 제가 다 하고 있다"며 "(김 회장의 말씀은) 민주당이 가슴 깊이 새겨야 할 말씀이다. 이번을 전화위복 기회로 삼아 민주당이 오히려 어르신들 삶과 복지 위해 반 발짝이라도 다가가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 동행하지 않았다. 같은 시각 강원도 춘천에서 예정됐던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듣겠습니다, 강원 도민과의 대화' 행사에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상처를 드렸다면 노여움을 좀 풀어주시면 좋겠다"며 "언론에 계속 드러나는 저에 대한 이야기가 심리적으로 상당히 불편하다"고 했다.
이어 "어린아이하고 몇 년 전 했던 대화 예시를 끌어내 청년들에게 투표장에 오시게끔 하는 투표권이 중요하다는 말을 표현하는 과정이었는데 그 부분을 오해있게 들으시는 경우가 있어 그것으로 인해 마음 상하신 어르신들이 계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노여움을 푸시고 그런 뜻이 진짜 아니었음을 이 자리에서 다시 말씀드린다"고 했다.
또 "저도 곧 60이다. 교수라서 조금 철 없이 지내서 정치 언어를 잘 모르고 정치적 맥락이 무슨 뜻인지 숙고하지 못한 어리석음이 있었던 것 같다"며 "그렇게 이해해주시면 좋을 것 같고 많이 듣도록 하겠다. 혁신하는데 좌고우면하지 않고 잘하겠다"고 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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